9일 상오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계에서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고 있던 회사원 김모양(20ㆍ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얼마전까지도 재미유학생을 따라 미국에 건너가 신혼살림을 하리라던 환상이 깨진것이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김양이 지난 6월중순 처음만나 「백마를 탄 기사」로 여기고 사랑해온 김성수씨(29ㆍ무직ㆍ서울 종로구 당주동 26)는 쇠고랑을 차고 유치장에 갇혀있으면서도 뉘우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김씨는 경찰관에게 『나이30이 다되도록 일정한 직업이 없어 용돈마저도 부모에게 타쓰다 유학생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미혼여성들의 세태를 이용해 꿩먹고 알까지 먹을 궁리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6월16일 밤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버스정류장에서 김씨는 미모의 김양에게 접근,『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도미,미시카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결혼상대를 구하러 일시귀국했다』고 유혹했다.
다음날부터 김씨는 렌터카회사에서 빌린 르망승용차를 타고 김양과의 약속장소에 나타났고 이들은 한쌍의 행복한 연인으로 서울과 수도권일대를 드라이브하며 장래를 약속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돈을 미처 많이 준비해오지 않았다며 지난달 31일까지 김양의 비자카드로 유명레스토랑과 술집 여관 등을 드나들며 데이트비용으로 4백여만원을 써왔다.
드라이브길에 자동차가 고장나도 김씨는 김양의 비자카드를 빌려 수리대금을 결제할정도였으나 김양은 허우대좋고 미남인 김씨를 예비박사남편으로 생각하고 의심한번 하지 않았다. 자칭 유학생 김씨의 사기마각이 드러난것은 지난달31일 하오였다.
김씨가 잠시 차를 비운사이 운전석옆에 떨어져있는 김씨의 운전면허증을 본순간 김양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김형기」로 알고있던 유학생의 이름은 김성수였고 나이와 본적도 모두 듣던바와는 달랐다.
김양은 일주일동안 김씨의 신원을 알아보고 고민하다 지난7일 경찰에 고소했다.
『명문대출신이나 유학생이라면 깜빡죽는 처녀들의 허영심도 문제』라고 담당형사는 혀를 찼다.<박원식기자>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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