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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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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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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술꾼들이면 숙취의 고약함을 잘안다. 만취 뒷날이면 특이한 불쾌감과 두통,작업능력감퇴 등의 증상이 하루 이틀 지속된다. 그래서 술의 해독을 술로 푼다며 해장술과 이뇨작용에 효험이 있는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영어로 숙취를 말하는 「행오버」(HANGOVER)의 원래의 뜻은 잔존물이나 부작용을 일컫는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으로 야기된 오늘의 급박한 중동사태를 놓고 국제적으로 여러가지 시각이 있다. 그런데 이들 시각중 재미있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것이 「숙취설」이다. 숙취설이란 탈냉전으로 온세계가 푸짐한 평화의 술잔치를 벌여 잠시 방심한 사이 그틈을 비집고 야심에 찬 군소지역 강자가 인접지역에 대한 헤게모니장악을 노려 말썽을 일으키는게 마치 숙취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행오버」의 원래 뜻 그대로 오늘의 중동사태는 탈냉전으로 세계의 기존질서가 와해되면서 한시적으로 초래된 찌꺼기이거나 부작용일 수도 있다. 오랜 냉전체제끝에 세계가 처음 경험하는 이같은 숙취에 대한 해장처방도 색다를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국지분쟁해결의 새로운 행태를 보이는 것만 같다. 가장 색다른 게 미소의 공동대응 움직임이다. 소련으로서도 아무리 탈냉전에 따른 힘의 공백기라지만 미국과 함께 대국의 체면을 손상당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게 모양새가 좋고 서방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지금 처지와도 걸맞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세계의 거대한 공동주유소이자 화약고라 할 수 있는 중동의 힘의 질서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1955년 덜레스가 소련의 중동진출을 견제키 위해 맺었던 게 바로 바그다드조약이었다. 당시 이라크도 물론 그 조약에 가입했었다. 그후 1969년의 닉슨독트린은 이란의 팔레비를 대리인으로 삼아 소련을 견제했고,팔레비가 몰락하고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는 또 카터 독트린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란이란 이라크견제세력이 고립에 빠진 동안 뜻밖에 후세인이란 강자가 등장한 셈인데,이 영웅주의자를 이제는 미소가 함께 견제하기에 이른 달라진 세상이다. 우리도 정신을 차려 달라진 세상과 돌발적인 숙취에 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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