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ㆍ무늬 화려… 젊은 여성에 인기/판매량 작년보다 5배나 늘어부채로 멋을 즐기고 더위도 쫓는다. 보름가까이 질식할것 같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전례없는 부채선풍이 불어 새로운 피서풍속과 유행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부채사용에 익숙한 노년층외에 직장인,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부채의 인기가 높아져 색상과 디자인까지 대담ㆍ화려해지고 더욱 밝게 변화하는 등 부채의 실용성에 멋이 한껏 가미되고 있다. 기협중앙회에 의하면 이 덕분에 사양산업이던 부채제조업계가 되살아나 서울의 경우 지난해 1천여군데로 추산되던 제조업소가 올해 1백여군데 정도 늘어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경우 부채가게의 하루 판매량이 지난해 20여개에서 1백여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시장 남해사 주인 박남식씨(42)는 『지난해까지 손님의 10%도 안됐던 젊은층의 비율이 올해에는 50%이상』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아와 하루에 2천원짜리를 1백여개정도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의 경우 하루에 50만∼60만원의 매상을 올려 10만원에도 못미쳤던 지난해와 비교가 안될 정도이다.
이 백화점 이남수홍보과장(41)은 부채의 매출이 급증한데 대해 『재래부채와 달리 대나무살에 면을 씌운 면부채가 큰 인기를 끌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래부채는 색깔과 디자인이 단조로워 젊은층이 외면했으나 최근유행하는 부채는 흰바탕에 팬더곰을 그려넣은 것에서부터 여러색을 섞어 추상적 무늬를 만든 것 등 아주 다양해졌다.
부채제조업체인 서울 청계천 C회사영업과장 윤영철씨(35)는 『재래적인 것과 현대분위기가 조화된 부채를 중점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주문이 밀린다』며 『일반시장에 나가는 부채는 2천원짜리가 주종이나 백화점에 5천원이상의 고급품을 남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는 부채선풍이 뚜렷한 곳. 교내벤치나 휴게실등지에서 부채를 펼쳐든 학생들을 쉽게 볼수있다.
H대 이민희양(20ㆍ영문3)은 『부채모양이 예뻐 샀다』면서 『팔찌나 귀고리처럼 액세서리로 갖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부채를 든 사람들이 많은데 노인들의 부채와 젊은층이 들고 있는 부채가 서로달라 대조적이다.
또 냉방시설이 잘 돼있는 기업체 사무실에서도 담배연기를 쫓으려고 여직원들이 부채를 사용하는 등 부채의 용도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부채수요가 급증하면서 과소비바람이 덩달아 불고 수입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명화가의 그림이 든 5만원이상짜리를 찾는 고객이 많고 벽걸이 장식용인 중국부채 등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한양대사회학과 김한구교수(58)는 부채선풍에 대해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부채를 들고 다니는 것은 더위를 식힌다는 의미보다 피서기구를 갖고 있다는 정신적ㆍ심리적 의미가 강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젊은층의 우리문화찾기 경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진각기자>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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