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ㆍ「쿠」 정부부활등 논의… 아랍단결 시험대/반후세인 움직임 강해 온건파 결집 계기될 수도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파병과 이라크의 결사항전 선언으로 페르시아만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긴급 아랍정상회담이 9일 카이로에서 열렸다.
이 정상회담은 후세인 요르단국왕의 말처럼 미이라크간 정면 군사대결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중동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최종 결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중동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한 이번 아랍정상회담은 호스니ㆍ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사태해결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무바라크 제안의 골자는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와 쿠웨이트 합법정부 부활,쿠웨이트이라크 국경에 완충역할을 할 합동아랍평화군의 파견 등이다.
무바라크대통령은 이집트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에 참여키로 했다는 보도를 부인했으나 『후세인대통령이 아랍의 명예를 지키려는 나의 노력을 파괴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이번 회담의 합의내용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이집트는 이라크를 버리고 미국편에 서게될 것임을 암시하는 최후통첩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무바라크 제안은 이미 쿠웨이트를 합병한 이라크에 사실상 백기를 들도록 강요하는 것이어서 이라크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아랍정상들은 무바라크안을 토대로 이라크의 명분도 최대한 살려주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점에서 과연 그같은 묘안이 가능한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이번 회담 참가국중 이라크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줄 나라는 리비아와 예멘정도로 예상된다. 이라크의 맹방인 요르단의 후세인국왕은 회담에 앞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심지어 후세인 국왕은 아직도 쿠웨이트 왕정을 합법정부로 인정한다고까지 말했다.
당초 이번 사태를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던 이란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합병하자 결코 어떠한 국경변경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또 이란은 최근 외무장관이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차례로 방문,이번 기회에 아랍권과 관계를 회복하고 반이라크 공동전선을 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할때 이번 아랍정상회담에서 이라크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이라크의 군사력에 눌려 숨을 죽이고 있던 온건 아랍세력이 강경자세로 돌아설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계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무바라크대통령이 이라크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 뻔한 제안을 내놓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런 회담이 무산되면 이라크뿐 아니라 아랍권 전체가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통된 위기감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케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이번 회담은 아랍권단결의 최후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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