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의 장기화조짐에 따른 국제유가파동에 직면한 정부는 연달아 에너지절약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 석유수출국제기구(OPEC)가 원유가를 배럴당 18달러에서 21달러로 인상했고 여기에 쿠웨이트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국가차원에서 절약의 묘책을 찾아야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그 묘책이란 에너지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국민의 자발적 호응을 광범위하게 유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정부가 8일 제시한 에너지대책을 보면서 느끼는 바를 결론부터 말한다면 70년대 1ㆍ2차 오일쇼크때와 같이 「기름 안쓰기」 위주대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산업구조나 국민생활의 패턴은 70년대와는 너무나 다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이런 변화된 상황이 감안돼야 더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즉 「꼭 써야 하는 기름은 쓰면서 낭비하고 과소비하는 기름은 아끼자」는 대책이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유소영업시간의 단축같은 것은 생활에 불편을 줄지는 몰라도 에너지절약에 직접적인 효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차량의 경제속도 유지라든가,단거리 차 안타기,건강에도 좋은 걷기운동의 장려같은 것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절약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긍할 수 없는 또다른 것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온 중과세방안이다. 무슨 대책만 있으면 으레 나오는 이 세금인상방안은 세금에 대한 이미지는 고사하고라도 국민에게 일시에 과중한 부담을 안겨준다는 측면에서도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된다. 하기야 세금을 엄청나게 올리면 웬만한 사람은 차를 가질 엄두도 못내고 에너지도 절약되겠지만 그것은 이미 국민의 호응과 협조를 필요로 하는 「대책」으로서의 의미는 상실한 것이다. 이보다는 국민의 불편을 취소화하면서 자율적인 절약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근본적인 잘못이야 물론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 절약에 무신경했던 점이다. 기름한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저유가시대를 핑계로 삼아 물가의 한자리숫자 유지를 위해 기름값을 인하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에너지 검약정신」을 계속 고취시키지 못한 것이라든가,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를 도입하지 못한 것,송유관부설 등을 지금에야 들고나오는 등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잊고있었던 잘못은 따지자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날의 잘못을 따지고 있을만큼 한가한 때가 못된다. 하루 1백만배럴에 가까운 유류를 소비하는 처지에서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2천6백억원의 추가부담을 해야하리만큼 유가가 우리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써야할 것인가. 정부가 해야할 일은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유류의 과소비를 막는 단기대책과 함께 무산유국으로 대처해야할 중ㆍ장기계획을 실효성있게 세워서 착실히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단기대책도 지금보다는 다가오는 동절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유가가 당장 문제가 됐다고해서 하루아침에 「쓰던 에너지를 쓰지말라」 한들 될 일도 아니며 산업구조ㆍ자동차ㆍ가전제품 등을 모두 세워놓으라고 해서 그것이 지속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대책은 실천성과 실효성측면에서 마땅히 재검토,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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