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짜증나는 찜통더위다. 사상유례없는 수돗물 수요에 겹쳐 마실 물 문제가 가장 민감한 계절이다. 하필이면 이런때를 골라 보사당국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생수업체들이 허가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벌써 몇년째 방치됐던 일을 왜 이계절을 택해야 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업계의 소송으로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생수소동은 최근 몇년간 생수수요가 급증하면서 줄곧 제기되어온 해묵은 문제이다. 그동안 관계부처간의 이견등으로 단안을 내리지 못해온 행정도 문제이려니와,생수를 이용해온 소비자의 사정은 추호도 고려함이 없다. 찜통더위기간을 골라 태연히 관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것이야 말로 행정만을 위한 행정,군림하는 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생수가 꼭 필요하다든가,그 업계를 대변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우리 행정이 단안을 못내리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 생수의 공공연한 내국인 시판과 이용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허가받은 업체의 판매량만도 지난해 2백14억원에 이르렀고 수삼년안에 1천억원에 육박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임을 당국도 잘 알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공식집계일 뿐 전국에 난립한 2백여개 무허가 업체의 판매량을 보태면 그 규모는 지금도 엄청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국도 그동안 허가 업체의 내국인 생수시판을 사실상 묵인해 왔고 무허가 생산업체 단속조차 성의를 보이지 않다가 가끔씩 단기간의 기습단속을 펴 왔을 뿐이었다.
보사당국이 현실을 사실상 묵인하면서도 이따금 단속을 펴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짐작은 간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분위기를 당국에서 앞장서서 조장할 수가 없다는 명분론과 수돗물 공급행정을 관장하고 있는 내무당국과의 관계 때문인 듯하다. 생수시판의 전면허용으로 야기될 수돗물 불신분위기 확산이나 생수 마시는 계층과 수돗물 마시는 계층간의 위화감조성,그리고 지방행정 당국의 수돗물 수입 감소책임을 도맡아 지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단안을 못내린 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안이한 면피성 행정이야말로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함을 경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첫째 폐해는 당국의 행정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확산과 준법정신 저상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을 사실상 없애주지도 못하면서 허가받은 업체의 생수를 외국인은 마셔도 좋고 내국인은 안된다는 당국의 발상을 보며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당국의 행정을 우습게 여기게 되고 준법정신도 해이해지게 마련인 것이다.
두번째 폐해는 당국이 명분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 오히려 불법적인 생수유통을 조장하게 되고 비위생적인 생수에 대한 철저한 단속마저 게을리하게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이다. 지켜지지도 않을 법이나,행정조치를 고집하는 것은 어찌보면 「국민 따로,행정 따로」의 전형을 보는 듯도 하다.
예부터 치산치수는 관청이 해야할 가장 큰 일이었다.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명분이나 형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행정을 펴주기 바란다. 최우선적으로 수돗물의 질을 개선하고 비위생적 생수를 철저히 단속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세원도 포착하는 적극적인 위민행정 자세를 보여 주기 간곡히 당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