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인다면 이 나라에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파키스탄이 독립한 이래 가장 뛰어난 민간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줄피카르ㆍ알리ㆍ부토 전총리가 쿠데타로 자신을 실각시킨 뒤 집권한 지아대통령에게 처형당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말이다. ◆부토는 처형되기 수개월전 당시 지스카르ㆍ데스탱 프랑스대통령에게 몰래 서신을 보냈다. 『…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두차례나 군사독재 정권을 타도하는 데 성공했지만 마침내 제3의 독재정권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아유브ㆍ칸,아야ㆍ칸,지아ㆍ울ㆍ하크 등 3인의 대통령은 43년간의 신생 파키스탄사상 25년간 군사 독재를 펴 온 장본인들이다. ◆앙숙관계인 이웃 인도가 독립이후 줄곧 민주정치를 지속해온 데 반해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는 이들로 인해 아직도 오리무중상태인 것이다. 1956년 독립후 2년 만에 칸육군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11년간 집권하다 국민의 저항으로 해야했고 뒤를 이어 아야ㆍ칸이 정권을 인수,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약속한 민정이 양준비는 묵살한채 인도와 전쟁을 벌였다가 사실상 패배하여 뜻밖에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이 분리 독립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오랜 반군정 투쟁 끝에 71년 집권한 부토는 민주정치를 정착시키려고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77년 총선때 무리한 부정선거로 국민의 노여움을 샀고 이를 이용한 지아참모총장의 쿠데타로 실각,목숨까지 잃었다. 그런 지아대통령자신도 독재 9년만인 86년 비행기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그뒤를 이어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반정운동을 펴온 딸 베나지르ㆍ부토가 총선에서 승리,집권했지만 2년만인 지난 6일 국정수행의 지도력 결여와 남편,시아버지 등의 부정부패등을 이유로 굴람대통령에 의해 총리직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베나지르가 축출된 진짜 이유는 군부와의 불화때문이라는 것. 결국 민정을 이끌던 부녀2대가 희생당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맞서는 서남아시아의 대 국임을 자랑하지만 민주주의는 전진은 커녕 또 한차례 크게 뒷걸음질 치게 된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