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차 한국에 와 머무르는 동안 조국이 이라크에 점령당한 쿠웨이트탁구대표선수단 21명이 8일 하오6시20분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633편기를 타고 제3국인 아랍에미리트로 떠났다.7월12일 내한,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 머물며 탁구선진국 한국 실업ㆍ고교팀과의 연습경기로 기량을 쌓던 쿠웨이트선수단은 지난2일 조국이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일절 외부접촉을 끊고 실의에 빠졌었다.
만리타국에서 하루아침에 망국민신세가된 이들은 한국인감독 정광호씨(37) 주변에서만 맴돌며 말을 거는 한국인들에게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돌리곤 했었다.
12∼30세인 선수단은 어린이들이 많아 더욱 어쩔줄 몰라 했고 그동안 사용해온 쿠웨이트은행발행 여행자수표와 신용카드도 쓸모없어져 큰 곤경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며칠동안 빈털터리로 지내던 이들은 이웃국가인 아랍에미리트대사관이 지급보증을 해줌에 따라 겨우 거지신세를 면했다.
호텔직원들도 온정과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호텔측은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객실마다 과일서비스를 해주며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들의 전세버스를 운전하다 친해진 권오병씨(48)는 지난4일 전세버스운전을 그만두고도 맨 먼저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찾아와 위로해 주었다.
이런 온정덕분에 쿠웨이트선수단은 한국인들과 손짓 발짓으로라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호텔을 떠날 때는 작별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간 곳은 부모와 처자가 있는 쿠웨이트가 아니다. 방콕을 거쳐 아랍에미리트로 간뒤 쿠웨이트에 돌아갈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천신만고끝에 사우디로 피신했다는 모하메드ㆍ알부테인씨(30)는 이라크의 사우디침공임박설에 계속 불안한 표정이었다. 자와드ㆍ알카렙군(21)은 『가족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길이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국에 돌아갈수 없게된 그들은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박원식기자>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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