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방송드라마가 요즘 텔레비전 화면에서 기세를 부린다. 극의 내용과 그 파급이야 어떻든 그저 잔재미만 주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제작태도가 눈에 거슬리기조차 하다. 방송드라마의 수준이 갈수록 옆길로 굴러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혀줘야 할 TV드라마의 기능이 오히려 더위를 더 몰고 오는 꼴이다. 드라마의 구성요건중에 사랑과 갈등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이다. 평범한 상식은 어느 경우이고 저버릴 수 없는 요소다.
우리 방송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오락기능과 정서순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애써 깎아내릴 까닭이 없다. 재미도 있으면서 건전하다면 생활의 윤활유로서 바람직하다. 그런데 한창 방영중인 몇몇 드라마는 아주 딴 길로 굴러 가고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극내용이 거의 비정상적이며 병적이고 퇴폐성이 짙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가정 또는 애정관계가 대부분 결격 사항을 지니고 있다. 남녀간의 결합이 현실성을 결여하고 이혼은 식은죽 먹듯 해버린다. 인간의 갈등과 미묘한 심리묘사를 하려면 불가피한 설정이라 우길지 모르지만,가정과 사회에 투영되는 영향과 결과를 생각하면 재미로 흘려 보낼 일은 결코 아닌 것 같다.
방송드라마에서 고상한 예술적 향기만을 물론 기대하지는 않는다. 양산하기가 바쁜 판국에 명작의 감동을 모든 작품에 바랄 수도 없음을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그러나 비정상을 정상으로,타락을 고뇌로,불륜을 갈등으로 받아 들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반윤리적인 상황,즉 퇴폐와 사치,타락등의 현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정을 중심으로 사회 전체에 윤리성의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 방송의 공기능이 할 역할은 자명하다.
갈등의 극복,섬세한 심리 묘사가 비뚤어진 인간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지 하는 강한 의문과 더불어 작가의식과 제작의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방송사의 특정프로를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수많은 시청자가 냉철하게 꿰뚫어 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사랑놀이에 열중하는 드라마를 계속 시청자앞에 쏟아붓는 이유는 무책임한 경쟁과 시청률상승 그리고 광고때문임은 널리 지적되고 있는 바이다. 「공영」을 자처하는 방송이 언제까지 이런 병폐에 휩쓸려 가야하는지 한번쯤 철저한 반성을 해주기 바란다.
말초적인 자극만으로도 무조건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고식적인 발상은 하루 빨리 고쳐짐이 옳은 일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는 건전한 재미이지,자학적인 자극은 아닐 것이다. 이쯤의 요구는 결코 무리가 아니리라 확신한다.
대중성이 강한 방송 드라마일수록 정상의 삶속에서 갈등도 희비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방송의 사회적 기능을 제고하려면 드라마에 대한 엄격한 비판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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