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ㆍ막강한 군사력등으로 캐스팅보트/이라크와 라이벌관계등 의식 서방측 가담한 듯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사태로 호스니ㆍ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62)만큼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중동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로 무바라크대통령은 개인적 명예와 위신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지난달 이라크쿠웨이트간 석유분쟁이 시작됐을 때 적극적 중재역할을 했던 무바라크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받았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장담을 비웃 듯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함으로써 무바라크대통령은 등뒤에서 비수를 맞은 격이 됐다.
그렇지만 이같은 개인적 치욕은 논외로 하더라도 무바라크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등 서방의 군사적 대응이 임박한 시점에서 어느편엔가 가담해야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져들게된 것이다.
이집트는 이라크와 함께 지난 2월 아랍협력회의(ACO)라는 지역동맹체를 결성한 맹방관계이다. 또 이라크에는 체류외국인수로는 최고인 1백만명 이상의 이집트근로자들이 진출,이집트의 외화수입에 중대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집트와 이라크는 전통적으로 중동의 주도권을 놓고 경합해온 숙명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양국의 세력다툼은 기원전 이집트왕국과 메소포타미아의 각축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적 뿌리가 깊다. 45만명의 병력을 갖고 있는 이집트는 비슷한 군사력을 가진 시리아와 함께 이라크의 막강한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아랍국가이다.
또 중동의 온건세력을 대표하는 이집트는 사우디나 미국의 이해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 미국의 두번째 대외지원국인 이집트는 매년 23억달러 이상의 경제ㆍ군사적 원조를 받고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이 대이라크 해상봉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에즈운하를 관장하는 이집트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 7일 딕ㆍ체니 미국방장관과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특사가 동시에 무바라크대통령을 찾아간 사실이야말로 현상황에서 이집트가 사태발전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음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집트가 미국을 중심으로한 다국적군에 가담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미 승세가 미국쪽으로 기울었음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결정은 안와르ㆍ사다트 전대통령과 무바라크대통령으로 이어진 이집트의 전통적 실리추구 외교노선을 재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수교여파로 한때 아랍권에서 고립되기도 했으나 무바라크대통령의 적극적 외교노력으로 지난해 5월 아랍연맹에 가입함으로써 아랍일원으로 완전 복귀했다.
특히 무바라크대통령은 지난해 리비아와의 복교에 이어 지난 5월 시리아와도 13년간의 불화를 청산,다양한 이해에 따라 사분오열된 아랍국가들을 연결하는 중심축이 됐다.
무바라크대통령은 이같은 입지를 발판으로 최근 팔레스타인문제등 각종 중동분쟁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평화의 중재자」로 새롭게 부상했다. 이렇게 보면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은 이집트의 부상을 견재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이집트도 당초 주장했던 아랍권의 내부적 해결이라는 명분을 포기하고 외세인 미국의 편에 서서라도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간에 중동의 기존 세력판도에 새로운 「헤쳐 모여」현상을 촉발할게 확실하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