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명성」등 손대… 보안철저 팀간활동 서로 몰라/팀장파워 막강,로비ㆍ압력 안통해 “사무관청장”별명재벌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데는 어디일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청와대인가 아니면 기업돈줄을 한손에 틀어 쥐고 있는 재무부나 한은일까. 그러나 실제로 재계가 가장 두려워 하고 대하기 어려워 하는데는 바로 국세청조사국. 그중에서 본청조사국이다.
본청조사국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지만 한번 떴다하면 「큰일」을 터뜨리고야 말뿐더러 일단 조사가 착수되면 로비도 압력도 통하질 않는다.
본청조사국이 직접 손댄기업은 80년대를 통틀어서도 손가락에 꼽힐정도로 극히 드물지만 명성사건ㆍ장영자사건ㆍ범양상선사건등 굵직굵직한 큰일들은 모두 다 본청조사국의 손을 거쳤다.
특히 지난 5월부터 벌이고 있는 30대재벌의 비업무용 및 3자명의 부동산에 대한 조사는 본청조사국이 오랜만에 직접 움직였을 뿐더러 개별그룹차원이 아니라 대규모재벌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조사하는 국세청 초유의 일이라 재계는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2달이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요즈음의 본청조사국을 재계관계자들은 재계의 「특명사정반」이라고 말한다.
재계 특명사정반의 하루는 서울 수송동 국세청 마당에 세워져있는 마이크로 버스에서 시작된다.
아침 9시를 전후해 조사요원들이 이 버스에 타면 팀장은 인원을 확인한후 커다란 서류봉투를 하나씩 건네준다.
그봉투속에는 그날 해야될 일 즉 세무조사대상기업의 장부정리상태ㆍ은행부채관계ㆍ관련임직원 명단등이 정리돼 있는 「조사착수」서류가 들어있다.
조사요원들은 그봉투를 받고나서야 이 버스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게되는것이다.
세무조사나 사찰의 정보가 미리 새나가면 요원들이 덮쳐 봤자 이미 장부는 깨끗이 정리된 상태로 뒤져봤자 나올게 별로 없기때문에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게 조사국의불문율이다.
그래서 조사국의 보안은 정보기관보다 더 철저히 지켜지는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마이크로 버스가 현장에 도착하면 팀장의 진두지휘로 「작전」이 시작된다.
조사요원들은 현장에선 거의 말을 하지않는다고 한다. 팀장이 상황만 대충 설명해주고 나면 요원들은 어디에 무슨 장부가 있고 장부상의 허점은 무엇인지를 회사사람들에게 물을 필요도없이 감각으로 척척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요원은 간단한 호신술정도는 누구나 완벽하게 구사,현장에서의 불의의 저항을 막아내기도 한다.
이같은 「작전」은 한시간 정도에 끝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반나절,더러는 하루종일 또는 그이상 걸리는 수도 있다.
특히 자금출처조사를 위해 은행ㆍ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구좌를 뒤질때는 며칠씩 구좌간 자금이동상황이 수록된 마이크로필름과 씨름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수집된 자료들은 본청조사국이 들어있는 국세청건물 6층으로 옮겨진다.
이 6층에는 다른층보다 2배나 많은 20여개의 좁은 사무실이 있는데 대개 한 사무실에서 한팀이 공동생활하며 이자료들을 분석한다.
이층에는 「제한구역」「관계자외 출입금지」의 경고문이 붙어있는 사무실도 더러있고 2군데에 있는 심리실에는 항상 방금 가져온 자료가 수북이 쌓여있다.
간혹 현장조사에서 미진한 부분은 다시 자료를 요청,보완하기도 하는데 현장 및 자료조사는 철저히 팀별로 이뤄지고 한 팀이 하는 일은 다른팀이 모르게 돼있다.
그래서 팀장의 역할이 막중한데 사무관인 팀장을 요원들은 한격 높인 과장으로 부르고 조사대상자들은 워낙 막강한 힘을 빗대 「사무관청장」이라고 말한다.
본청조사국은 원래 기획만하게 돼있다. 기획이란 경제여건을 감안,세무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업종ㆍ기업ㆍ개인들을 입안해 내는것이다.
호화생활자조사ㆍ과소비조장업소조사ㆍ재벌골프장조사등 일상적인 세무조사외에 특별조사들은 모두 본청조사국 요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본청조사국은 이같은 기획을 짜내고 서울지방청을 비롯,5개 지방청 조사국요원 5백여명을 동원,조사에 착수토록 지시만 하는 일이 원래의 임무다.
그러나 이번 재벌부동산조사처럼 가끔씩 직접 나서기도 하는데 이럴때는 꼭 서울청 산하로 돼있는 특별조사(특조) 5개팀 40여명을 동원한다.
특조팀은 과장실이 서울청이 있는 2∼3층에 있지않고 본청조사국이 있는 6층에 있는데 80년대초 본청 조사국의 수족이 필요해 창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국 요원들은 요즘 고달프다. 워낙 떨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꽃」인 조사국에 오려는 직원들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남들은 다 퇴근한 밤늦은 시간까지 자료와 사람과 씨름하기 싫기 때문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