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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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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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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와 명증 없이 어떤 설을 내세우는 것을 도그마티즘(dogmatism)이라 한다. 학문에서 가장 기피할바가 바로 이러한 독단(도그마)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도 그것이 도그마에 기초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은 사상누각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독단은 개인의 고집이지 객관적 사실과 방법 또는 진리와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남북한 학자가 함께 참가하여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성과라면 만나서 토론을 벌였다는 것과,오해와 불신을 확인하고 이해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학술적인 만남에서 당장의 결실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쌍방의 학문적 수준과 방법론의 차이등을 알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접촉의 의미는 얼마든지 높게 부여할수 있을 것이다. ◆일본 대판에서 열렸던 제3차 조선학국제학술토론회에 나온 북한학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그들의 「심중」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주체사상이 구현된 사람중심의 사회주의로 인해 북엔 동구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엔 반체제란 전연 없으며,주체사상의 방법론이야말로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은 주체라는 절대이념때문에 외풍엔 끄떡 안하고 내부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뜻이다. ◆하늘아래 이런 완벽하고 절대적인 이념과 사상이 과연 있을수 있는 것일까. 뚜렷한 근거와 명증없이 수령이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사형통하는 사상은 아마 세계에 유례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지식인조차 이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회견을 통해 드러났다. ◆반체제가 없다는 것은 비판이 허용되지 않음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소련과 중국에도 반체제는 엄연히 있다. 북한만이 주체사상 덕분에 예외라는 것은 상식으로도 풀이가 안된다. 북한이 변하지 못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주체」 때문인 것 같다. 주체의 도그마가 폭로되고 허상이 무너져야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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