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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시대의 이라크 제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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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시대의 이라크 제재(사설)

입력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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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독의 통합은 이제 통합총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남긴 지금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분단독일뿐만 아니라,분단유럽과 이데올로기의 장벽에 갇혀 싸워온 전세계 인류에게 안도와 희망을 주는 극적인 사건이다.탈냉전의 흐름은 이렇게 해서 우리의 눈앞에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탈냉전이란 세계를 둘로 갈라놨던 초강대국의 시대가 끝나고 군사적 대결의 시대가 끝났음을 뜻한다. 그 구체적인 징표로 미ㆍ소 두 초강대국을 포함해서 동서의 주요 강대국들이 군비축소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럽대륙에서 미처 탈냉전의 열배를 따기도 전에 중동에서 어처구니없는 무력침공이 벌어져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세계가 눈을 뜨고 주시하는 가운데 이라크군대가 이웃 쿠웨이트를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이 분명한 무력침공에 대한 세계의 대응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지지부진하다는 인상이다.

유엔 안보이사회는 이라크에 대해 쿠웨이트로부터의 철수를 요구한 지 사흘이 지난 5일 비로소 회의를 재개했다. 아마도 범세계적인 경제봉쇄가 실현된다면 「석유」를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하고있는 이라크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은 확실하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은 총소리 없는 「경제봉쇄전쟁」으로 독재의 권좌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없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쿠웨이트사태에서 초강대국의 행동이 냉전시대와는 같을 수 없다는 현실에 주목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이 사사건건 맞서온 대리전쟁무대에서 이번엔 이라크 규탄에 한목소리가 된 것도 중요한 변화이다.

마찬가지로 이지역에 1차적 이해당사자인 미국이 군사적 개입에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지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미국은 영국ㆍ프랑스와 함께 인도양과 지중해 양쪽으로부터 강력한 기동함대를 동원,페르시아만에 해상봉쇄망을 구축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을 초점으로 한 미국의 군사력 집결은 사우디아라비아 방어를 노리면서,쿠웨이트의 원상회복에까지 밀고 가자는 복합적인 전략에서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 냉전이 한창이었을 때 소련은 헝가리와 체코를 탱크로 짓밟았고,또 미국은 지난 연말만 해도 중미의 파나마에 쳐들어가 노리에가를 붙잡아 오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중동의 현실이 중미와 같을 수는 없지만,어쨌든 「세계의 경찰관」이 사라져가는 탈냉전시대에 쿠웨이트사태의 향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어떤 형태로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제재를 받고,쿠웨이트의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의 냉전에 대신하는 새로운 위기와 긴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위기와 긴장은 지역적 군사강국들이 이웃 작은 나라들을 짓밟는 새로운 「약육강식」의 개막을 뜻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군사강국들 틈새에 끼어온 우리로서는 이러한 사태발전의 가능성에 엄격한 경고를 보내고자 한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세계적 경제봉쇄운동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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