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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하는 아랍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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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하는 아랍권

입력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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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만 “해결”장담… 이해따라 입장달리 해/이집트­사우디 타협안도 체면치레용 불과이라크의 전격적인 쿠웨이트침공은 지금까지 「아랍의 이념」이라는 신화로 포장돼 있던 아랍권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분열상을 새삼 노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랍형제국에 의한 아랍형제국의 침공이라는 현대사 초유의 충격앞에서 당사국들인 아랍국들은 외세의 개입을 배격한 자체해결을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사분오열된 양상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아랍연맹 21개국회의에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가까스로 대이라크 비난성명이 채택됐지만 요르단 예멘 리비아 수단 등 7개국은 대열에서 이탈해 성명채택에 반대했다. 이러한 분열은 회교회의기구(ICO) 석유수출국기구(OPEC)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등 여타 아랍권 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재연되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페르시아만협력회의(GCC)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등은 조약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선 즉각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해야 하지만 아직 회의도 한차례 소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아랍권내부에서 이루어진 이렇다할 성과로는 이집트와 사우디가 마련한 타협안 정도를 들수 있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게 알ㆍ사바 쿠웨이트국왕의 왕정복귀를 금지하는 대신 쿠웨이트에 진정한 민간정부가 들어서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 타협안은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체면치레용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평이다.

아랍국들은 속으로는 군사대국인 이라크를 상대로 조건없는 완전철수를 실행에 옮기게 할 정치ㆍ군사적 영향력이 없음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자체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이집트의 호스니ㆍ무바라크대통령과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이 아랍권의 자주적인 해결능력을 주창하는 대표적인 지도자이지만 그 속셈은 다르다.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은 이번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이라크의 사담ㆍ후세인이 아랍권의 맹주자리를 굳히지 못하게 견제하고 이라크의 무력시위로 타격을 받은 이집트의 리더십을 회복하려고 자체해결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후세인 요르단 국왕은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강력한 동맹국이 될 수 있는 이라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방의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후세인왕은 아랍민족주의의 바탕에 서서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이 본질적으로 과거 중동지역에 대한 영국 프랑스의 식민정책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이런 후세인국왕이 미국으로부터 매년 23억달러의 막대한 원조를 받고 있는 이집트의 무바라크대통령과 공동보조를 취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밖에 아랍권내부엔 이라크의 침공을 두고 공동대처방안을 마련하기엔 너무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군사적인 면에서 이라크를 견제할 만한 이란은 이라크주도하에 OPEC가 고유가정책을 취할 경우 전쟁복구가 시급한 입장에서 경제적 실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미국과 견원지간인 리비아는 이라크를 옹호하고 나서고 있는 반면,모처럼 이스라엘과 평화적인 제스처를 주고 받기 시작한 시리아는 이라크를 비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이라크의 무력시위는 냉전종식과 함께 국제질서가 개편되고 있는 과정의 힘의 공백속에서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세력판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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