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관련 11개 학문분야의 남북학자들이 처음만나 학문적 견해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식으로 토론도 전개된 제3차 조선학 국제학술토론회는 그런대로 성과도 있었고 의외로 큰 대회였다.그러나 한반도통일을 주제로한 공통 심포지엄에서 일어난 해프닝들은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각 분과별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본부 2층 회의실에서는 4,5일 이틀동안 「냉전구조의 해체와 아시아 태평양조선반도통일론의 수렴을 중심으로」라는 공통논제의 연속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측에서는 이세기한국북방연구소장(전통일원장관),북한에서는 김철명조선사회과학자협회 제1부위원장 등이 보고자로 등단해 각자의 통일방안을 제기했고,뒤이은 외국학자들의 강평이 끝나자 질의응답이 있었다.
그런데 질의응답시간에 발언권을 얻은 50대 재일동포 한분이 자신의 전역은 조총련 이었으며 북송가족을 두었다고 밝힌뒤 『북한 당국이 북송동포들의 고난을 알고나 있는지,왜 일본내의 가족과 상봉을 저지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직 조총련 소속인 듯한 청중 한사람이 『그건 질문이 아니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고 고함을 쳤다. 이를 맞받아 또다른 청중이 『발언권을 얻어 말하는데 왜 방해하는가』라고 고함을 질러 회의장에는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또다른 질문자가 『자신도 조총련 소속으로 「조국통일사업」에 반평생을 바쳤으나 조총련계 성묘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다녀온 뒤로 민족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먼저의 발언자를 두둔하고 나서자 분위기는 「반 북한」 쪽으로 기울었다.
이같은 소동끝에 답변을 요구받고 등단한 박문회(조선 사회과학자협회 중앙부위원장)의 답변은 너무나 싱거웠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핵심을 피해가며 아전인수식으로 둘러대는 알맹이 없는 답변에 질문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고,발언을 제어하려던 사람은 득의에 찬 표정이었다.
북송사업과 조총련의 질곡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가슴속에 맺힌 한을 발산해 보려는 충정도 안타까운 것이지만,남의 땅에서까지 벌어지는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결이 벽안의 외국인학자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졌을까. 서글픈 생각뿐이었다.
동서독의 통일방식을 도입하는 문제에서부터 예멘의 통일과 중국대만의 관계개선문제에까지 폭넓게 거론된 심포지엄,한반도통일을 앞당기는데 지혜를 모아보자는 학술회의장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뒷맛이 씁쓸했다.<오사카에서>오사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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