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끝에 내려쬐는 불볕더위에 나락은 익는다. 후텁지근한 열대야 현상에 잠을 설치지만,벼 포기는 벌어져만 간다. 그러나 무더위속 성숙의 계절에 걱정거리가 병충해다. 그래서 해마다 수해와 한해 그리고 병충해가 쳇바퀴 돌듯 우리 농민의 가슴을 죄게 한다. ◆농림수산부는 찜통 더위속에서 벼멸구와 도열병등이 극성을 부리자 방제작업을 서두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래저래 늘어나는 것은 농약살포에 의한 농작물 오염과 중독사고다. 지난 75년 농약사용량은 8천6백톤이던 것이 85년엔 1만8천톤으로 10년 만에 두배가 늘어났다. 그뿐 아니라 86년부턴 사용량이 급증하여 89년엔 3만톤까지 껑충뛰었다. ◆농작물에 살포된 농약은 껍질을 뚫고 과육까지 침투하기도 하고 빗물에 씻겨 하천까지 오염시킨다.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과수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아 인공수분을 해야 할 판이다. 농약에 의한 인명피해는 정확한 통계숫자가 잡히지 않았지만 대충 1천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얘기다. ◆병충해에 관해 삼국사기는 32회나 기술하고 있다. 이로 미뤄보아 옛날 삼국시대부터 병충해에 관해 많은 고통을 겪었던 모양이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병충으로 「비충」등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벼멸구」나 「땅강아지」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조선왕조 숙종때의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 의하면 감초가루를 뿌리는등 여러가지 방제법을 소개했으나 무엇보다 병충해에 이길 수 있도록 땅심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옛선조들의 이같은 지혜를 다시 음미해볼 만하다. 우리의 농사가 너무 「금비」와 「농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퇴비」의 증산과 해충을 잡는 「천적」을 길러내는 문제도 생각할 때다. 일부 혁신적 농가에서는 유기농업으로 무공해 농상물을 벌써부터 생산,환영을 받고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청정농산물 생산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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