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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달성… 주둔불리 판단/이라크 철군발표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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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달성… 주둔불리 판단/이라크 철군발표 배경과 전망

입력
1990.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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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사우디 침공준비」우려도/아랍강경파 규합ㆍ고유가ㆍ외채탕감ㆍ해상확보 성공/미와 전제조건 신경전… 협상따라 철군속도 조절할 듯전쟁의 확대냐,평화로운 해결이냐. 이라크는 쿠웨이트침공 2일째인 3일 『오는 5일부터 철수를 단행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양상은 새롭게 전개될 조짐이다.

하지만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고 미국은 이에 대해 「조건없이 즉각」이란 입장을 보여 이라크와 반이라크측간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라크의 철군계획 발표는 쿠웨이트 침공이 노렸던 소기의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군대주둔은 선진국의 경제제재만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이라크는 이번 쿠웨이트침공으로 정치적으로는 아랍권의 맹주로서 국제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쿠웨이트 침공으로 이라크는 아랍세계에서 고립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아랍강경파 집단이 이라크를 중심으로 형성될 조짐이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메룬 등 오일달러로 부를 엄청나게 축적한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나 이스라엘 정책 등 아랍권 단결에 직결된 사항에 대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해온 이란과 PLO등이 이라크의 깃발아래 뭉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고유가정책에 반대해온 쿠웨이트나 사우디 등을 누르고 자신들의 뜻대로 석유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이라크는 보고 있다. 이라크는 그동안 서방측과 밀착돼 저유가정책을 지탱한 것은 바로 세습왕가라고 보고 이들의 붕괴를 노렸다.

쿠웨이트 침공후 한 이라크 고위관리가 『쿠웨이트에 있어 왕정체제는 영원히 끝났다. 미국은 이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한 발언이 이를 입증한다.

이라크는 경제적으로도 그동안 자신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외채와 서방측의 경제지원을 마음먹은대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아랍권 및 서방측과의 회담에서 쿠웨이트로부터의 완전철수 및 독립보장 등을 대가로 외채탕감과 경제지원을 「바터제」로 얻어 내겠다는 속셈이다.

이라크는 또 이번 쿠웨이트 침공으로 쿠웨이트의 섬 2개를 완전 장악,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이라크의 유일한 바다로의 출구는 샤트 알아랍 수로였으나 이란과의 전쟁중 침몰한 각종 선박들로 가득차 이용이 쉽지않은 상태였다. 더욱이 이 수로는 이란과의 국경에 위치해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켰었다.

이같은 정치ㆍ경제적 이득을 챙겼다고 본듯 이라크는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서방측은 이것이 이라크의 궁극목적인 사우디침공을 위한 준비단계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침공은 서방측의 무력개입으로 화를 자초하기 때문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쿠웨이트 침공때와 같은 돌발적이고 예측못할 행동이 더 이상 없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2일 의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병력이 『쿠웨이트만을 점령하기에는 너무 많다』고 지적,이라크의 최종목표가 사우디침공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완전 장악한 후에도 약 2백대의 탱크와 연료보급차량 및 병력수송용 장갑차 등을 추가로 투입했다. 또 군 코뮈니케 2호를 발령,예비군의 소집 등 「총동원체제」를 취하고 있어 이같은 우려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가 그대로 통하는 이랍세계에서 그동안의 이라크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쿠웨이트 침공은 아랍전역에서의 패권확립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인 것이다.

특히 사우디의 영토를 통과,홍해의 얀부항으로 연결된 이라크의 주요 송유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우디침공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송유관은 하루에 1백50만배럴씩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쟁의 확대냐,평화적 해결이냐를 예측하기가 여전히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서방측은 이라크가 보일 다음행동에 따라 4가지의 대응시나리오를 그때그때 취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미국의 군사개입이다. 미국은 현 시점에서는 제재수단을 경제적인 차원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이라크군에 연행된 미국인 석유기술자 6명의 안전이 위태롭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미 함대의 해상봉쇄작전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라크가 사우디 등 딴 나라를 침공할 경우에는 무력개입을 포함한 미국의 강경수단이 발동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이라크 후방교란전략이다. 직접적인 군사개입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면서 이에 못지않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으로 이라크 국내에서의 후방교란이 검토될 수 있다.

이라크의 화학무기공장등에 대한 후방교란작전은 쿠웨이트내 이라크군의 행동을 제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셋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랍권에 의한 조정이다.

중동국가중 조정역할을 맡을 수 있는 나라는 사우디와 이집트 등인데,이라크가 쿠웨이트에 지고 있는 1백억달러 이상의 빚을 사우디가 대신 갚아주는 방법 등이다.

넷째는 점령이 장기화될 경우인데 이때는 현재의 경제제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일단 철군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유전지대 및 괴뢰정부 보호용 일부 군대는 남겨놓은 채 협상결과를 지켜보며 철군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측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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