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간사 첫 예비접촉 정지작업 나서/민주 「선 조정」에 발목잡혀 주춤/연기ㆍ부분 통합론도 서서히 고개/평민,선통합 고수… 이총재 결단이 통합형태 좌우 예상지난달 급속하게 추진되다가 더딘 행보로 바뀐 야권통합논의가 오는 8일 15인 협의기구의 첫 모임을 계기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15인 협의기구의 3자 간사들은 4일 예비접촉을 갖고 연락사무실 개소문제에 합의하는등 협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했으나 통합의 전도가 불투명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평민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원칙아래 「선통합 후조정」을 거듭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성급한 통합을 했다가는 자칫 평민당에 흡수당한다」라는 우려속에 「선조정 후창당」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야의 통추회의는 평민ㆍ민주사이에서 조정자역을 자임하고 양쪽을 왕복하며 활발한 막후조정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공감대 유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의 행보가 더디어지자 「과연 통합이 되느냐」 하는 의문과 함께 「만약 통합이 된다면 어떤 형태의 통합이 가능하느냐」라는 추측들이 갈수록 무성해지고 있다.
통합을 전제로 해 볼 때 가상해 볼 수 있는 통합의 형태는 크게 세가지인 것 같다.
첫째가 15인 협의기구가 우여곡절끝에 모양새 좋은 3자의 완전통합을 이뤄내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통합문제로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이 통합파와 비통합파로 나눠져 통합파만 통합에 합류하는 부분통합이다. 또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당내의 이론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통합협상결렬을 선언함으로써 민주당을 제외한 통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경우에 있어 결정적 변수는 민주당과 이기택총재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 확고하느냐 이다.
왜냐하면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통합에 관한한 거듭된 공언으로 더이상 뒷걸음을 칠 수 없는 지경에 들어섰다는 게 야권의 공동인식이기 때문이다. 김총재가 평민당에 행사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평민당의 통합에 대한 적극적 후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이총재가 8인 8색으로 불리는 민주당에 대해 지니고 있는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야권인사들은 한결같이 『통합이 됐으면 됐지 부분통합이 뭐냐』라든가 『협상도 시작하기전에 부분통합 운운한 것은 협상을 깨자는 것 아니냐』고 완전통합을 장담하고 있지만 차선책으로 부분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전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8월들어 통합협상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자 부분통합을 점치는 견해가 부쩍 늘어나고 있음이 별로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다.
한 야당중진은 사견임을 전제로 『통합자체가 지니고 있는 어려움을 십분 감안할 때 완전통합이 어렵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이 민주총재가 통합에 대한 결심을 확실히 굳혔다는 가정아래 결국 민주당내에 엄존하고 있는 통합반대세력의 합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와관련해 이 민주총재가 사석에서 말했다는 『70%정도만 통합에 동참해도 성공인데…』라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것이다.
또 민주당에서 통합에 가장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북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도 『이총재가 졸속으로 통합결정을 할 경우 그대로 민주당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이 민주총재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통합은 안될 수가 없다』고 거듭 장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평민총재는 『8월중으로 통합등록을 하고 나머지문제는 추후논의해가자』고 얘기했고 이 민주총재는 『늦어도 9월 정기국회전에는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지만 9월10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이전에 통합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
8일 첫 회담을 갖는 15인 협의기구는 1주일에 한번정도 회담을 갖는다는 예정인데 9월초 통합을 위해서는 4∼5차례의 만남으로 통합을 결판지어야 한다.
그러나 부산과 광주등지에서의 지방군중대회와 지도체제 및 3자의 지분문제등 해결해야 할 난제를 4∼5차례의 모임으로 풀어내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 5월8일 평민ㆍ민주 통합협상에서 합의된 모든 문제를 매듭지은 뒤 통합을 해야한다는 「완결된 통합의 원칙」을 이미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5인 협의기구를 통제할 수 있도록 당내에 통합특위를 별도로 만들고 그 위에 정무회의에서 최종당론을 결정토록 한다는 등 2중,3중의 제도적 제어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평민당은 김대중ㆍ이기택ㆍ김관석 3자 회담에서 「선통합 후조정」이 이미 합의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민주당은 「조속한 통합의 원칙만 합의 되었을 뿐」이라고 이를 부인하는 등 벌써부터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5인 협의기구가 이러한 문제를 어떤 형태로 조정해낼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협의기구가 난항할 경우 매듭은 3자 회담에서 풀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야권통합은 표류위험에까지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야당은 『통합이 안되면 서로가 치명상을 입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되풀이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평민ㆍ민주 재야의 3자는 서로가 서로를 인질로 삼고 협상에 임하고 있어 통합성사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비례해 표류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할 수 있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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