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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손발죄기… 일단 「경협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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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손발죄기… 일단 「경협응징」

입력
199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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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강국들 쿠웨이트 침공에 공동제재/원유불매등 현단계 최적수단/외채 7백억불… 전후복구 쫓겨 재정난/쿠웨이트의 석유판매 대금도 인출봉쇄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미ㆍ영ㆍ불ㆍ일 등 세계경제대국들이 일제히 양국의 자산동결이라는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현 상황에서는 이 방법만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동시에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세계 석유시장에서 이라크의 위치는 최소한 단기적이지만 대폭 강화될 것만은 확실하다.

이라크는 이미 쿠웨이트에 대한 「침공위협」만으로 지난달 열렸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3년간 묶여있던 유가를 단숨에 3달러나 인상시키는 「저력」을 보였었다.

때문에 세계 경제대국들이 「눈에는 눈」 식으로 직접 군사대결을 하기 보다는 이라크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버려 스스로 무릎을 꿇게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전략으로 분석된다. 그것은 이라크는 막대한 외채를 지고 있는 데다 전후복구사업이라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대역사를 추진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라크산뿐 아니라 점령지 쿠웨이트의 석유도 주요 수입국인 경제제재국들이 사주지 않을 경우 한갓 「모래속의 물」에 불과하게 된다.

이점은 세계 제2위의 원유수입국인 일본이 즉각 석유금수 조치를 취한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의 현재 외채는 약 7백억달러로 이중 4백억달러는 미국등 서방과 소련,제3세계 등으로부터 빌린 것이며 3백억달러는 사우디와 쿠웨이트등 아랍권으로부터 주로 8년 기간중 빌린 돈이다.

외채의 액수보다는 외채중장기원조성 차관을 제외한 단기외채가 약 2백60억달러에 달해 연간 80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상환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이라크는 국제통화기금(IMF),파리클럽 등 주요 채권단과 외채상환을 위한 협상을 거부,서방측으로부터의 추가 지원이 끊겨 극심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원유판매수입이 지난 88년의 1백20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백50억달러로 늘었지만 무리한 전후복구사업으로 재정난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 이라크의 현실이다.

이라크는 현재 전후복구계획으로 단기적으로 70억달러,중장기적으로 6백달러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각국의 경제제재가 지속된다면 이라크의 경제는 「사면초가」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이미 지난 83년부터 외채지불 연기를 위해 채권국들과 끊임없는 협상을 벌여왔었다.

일본은 이번에 총 4천억엔이 넘는 대이라크 차관을 동결시켰다.

이라크가 세계여론의 비난예상을 무릅쓰고 쿠웨이트 침공에 나선 것은 쿠웨이트의 석유이외에도 그동안 쿠웨이트가 축적한 막대한 부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제정치 평론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쿠웨이트는 「페르시아만의 유태인」이라고 불릴 만큼 이재에 밝아 그동안 엄청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세계 금융가의 큰 손」,「세계의 돈주머니」로 행세해 왔다.

더구나 쿠웨이트는 국가수입의 90%를 석유판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 한계성을 일찍부터 스스로 깨달아 오일달러를 활용한 「재테크」에도 아주 능통하다.

쿠웨이트는 70년대들어 「오일쇼크」로 번 떼돈을 마구 써버리지 않고 「후손을 위한 기금」으로 원유판매수입의 10%씩을 착실히 적립,오는 2010년까지는 인출이 불가능하게 만드는등 치밀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같은 쿠웨이트의 상상을 초월한 부도 이들 자산이 대부분 예금돼 있는 선진국들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국경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어 이라크에는 「그림의 떡」인 셈이 됐다.

바로 이점을 간파한 서방선진국들은 경제제재라는 어떻게 보면 느슨한 조치를 만장일치식으로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란혁명후 최악의 갈등관계에서 자산동결이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굳이 똑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풀이이다.

미국등 서방측은 극히 이례적으로 소련과 중국등 사회주의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어 이라크의 발목을 잡고 이어 손발을 서서히 묶으려 하고 있다.

이는 바로 석유문제가 국지적인 관심사항이 아니라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이점에서 세계각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많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 조치가 유일하면서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이라크는 생활수단을 없애는 것보다는 목을 베어버리는 편이 훨씬 낫다』는 아랍의 속담을 인용,대쿠웨이트 침공을 정당화했지만 그는 이제 서방측에 의해 정반대의 논리에 의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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