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백대기업 주식ㆍ런던증시 10% 보유/부동산도 도처에… 해외자산 천억불 넘어/우리경제도 물가상승등 우려쿠웨이트는 국토가 우리나라의 5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소국이어서 이라크군의 기습적 침입에 의해 수시간만에 왕궁을 점령당하고 말았지만 금융면에서는 세계적인 대국이어서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빌린 1백억달러의 외채해결 문제를 둘러싼 경제전쟁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쿠웨이트는 풍부한 석유자원을 통해 쌓은 부로 1인당 GNP(국민소득)가 1만3천달러(88년기준)에 이르는 세계적 부국이며 남아도는 엄청난 부를 주로 해외 차관,부동산매입 직ㆍ간접투자 등으로 운용해 왔다.
특히 쿠웨이트는 해외자산운용을 부동산매입과 주요 증권시장 주식투자에 상당부분 할애,미국의 주요섬들을 마구 사들이는가 하면 미국의 5백대 기업의 주식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유하고 있으며 런던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기업의 주식을 10%가량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의 부는 지난 87년 11월 미국의 이란여객기 격추사건 직후 주가가 대폭락할때 대영석유회사의 주식 20%가량을 무더기로 사들여 콧대높은 영국인들을 비롯,세계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쿠웨이트의 대외총자산 규모는 아직 공식발표된 것은 없다. 쿠웨이트중앙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보면 외화보유액은 28억8천만달러,금보유액은 1억달러 수준으로 돼 있으나 이는 금융기관의 공적 보유만 통계에 잡은 것이며 민간보유분은 모두 제외돼 있다.
전체 해외자산규모는 어림잡아도 1천억달러는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은 수백명의 사망자만을 낸,다른 국가간 전쟁에 비하면 규모면에서는 주목받지 못할 국지전에 불과할 것이지만 세계금융시장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양국 합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중 2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산유국이어서 유가를 앙등시킬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경제불안 심리를 팽배시켜 금융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쿠웨이트가 세계적 금융강국이라는 사실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정세 불안에 따른 전반적인 달러 선호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 뉴욕외환시장에서는 3일 개장과 동시에 1백47.70엔과 1.5917서독마르크화로 호가돼 전날 종가 대비로 각각 달러당 0.45엔과 0.0037마르크가 올랐으며 동경외환시장에서도 엔화가 전날 종가보다 2.25엔이 급상승한 1백48.90엔이었다.
아울러 세계주요주식시장도 급락세를 보여 동경주식시장의 경우 닛케이(일경)지수가 상오에 2백55포인트,하오에 4백포인트가 떨어졌으며 런던주식시장,뉴욕주식시장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불안한 시기에 투자자들로부터 선호되는 금값도 이날 한때 온스당 3백90달러가까이 거래돼 전날보다 무려 14달러가 올랐었으나 뒤늦게 온스당 3백78.75달러로 떨어져 전날보다 4.45달러가 올랐다.
세계적 금융강국인 쿠웨이트로부터 시작된 충격파는 세계 주요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원유값이 올라 에너지비용이 크게 늘 전망인데다 원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물가도 더욱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에서 미달러화의 강세에 따른 일본엔화의 현저한 약세로 국내수출기업들은 지난 4,5월의 엔저파동때와 마찬가지로 수출시장에서 일본상품과의 가격경쟁력차가 좁혀져 고전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우리 원화도 매매기준율보다는 높게(절하돼) 거래됐지만 일본엔화의 약세폭이 더 커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하루사이에 1백엔당 무려 8원66전이 떨어졌던 것도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달러강세로 인한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국내물가가 더욱 불안하게 됐다.
군사대국이면서 경제소국인 이라크가 군사소국이면서 경제대국인 쿠웨이트를 점령,세계경제 전체를 동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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