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자당은 수뇌부에 릴레이 휴가로 한가롭기만 하다. 평민당의 의원직 사퇴로 정기국회를 위한 대화도 중단상태여서 오랜만에 「탈정치」의 여가를 즐기는 인상이다.국회가 열리면 여야간 감정싸움이요,휴회하면 자기네들끼리 파워게임으로 빈축만 사온 게 민자당 6개월의 이력서이다. 따라서 시민들중에는 정치인들이 좀 외국도 나가고 휴식도 취하는 편이 우리의 「정치건강」을 위해서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쉬어도 정당은 생동감 있게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한데 민자당은 이같은 현실감각이 없는 것 같다.
세계의 화약고인 페르시아만에서 이라크가 하루아침에 쿠웨이트를 점령하고 이 여파로 세계경제는 70년대의 오일파동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그런데 3일 민자당은 당직자회의를 열었으면서도 이에대한 체계적이고 심각한 논의가 없었다.
물론 이 사태에 대한 외교및 경제적 대응은 행정부의 일이겠지만 당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민자당의 스타일을 따진다면 국제환경 변화에 대한 무관심의 발로일 수밖에 없다. 석유공급의 차질문제도,우리 교민의 안전에 대한 걱정도 2일과 3일 민자당내의 분위기로는 감지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같은 일은 일례에 지나지 않지만 민자당은 미래지향적이거나 국제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무감각하다. 오는 14일 평민당 불참속에 민자당만 참여하는 통독실태조사단 인선만 하더라도 조사단인지 관광단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평이 자체내에서 나오고 있다.
3당통합을 할 때 그 지도자들은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적응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물론 북방정책을 겨냥한 것이었겠지만 국민을 먹이고 안정시키는 일이 북방에만 매인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같이 정치 하한기를 맞고 보니 민자당이 더욱 미래에 대한 정책개발에 손을 못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당무회의를 여러번 했어도 내일의 일을 걱정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민자당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한다. 구태의연한 야당의 취약성에 안주하는 집권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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