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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이라크의 군사모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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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이라크의 군사모험(사설)

입력
199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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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화해의 새 시대를 노래하고 있는 순간,한 나라가 이웃나라를 불과 수시간 만에 점령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터졌다. 10배의 인구와 50배의 군사력을 가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기란 손바닥 뒤집 듯 손쉬운 일이었다.원래가 이런 종류의 무력침공은 충격적인 일이지만 2일 새벽 쿠웨이트를 덮친 이라크군의 무력침공은 세계가 반세기만의 화해와 탈냉전 바람을 타고 평화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때인 만큼 더욱 충격적이다.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이 전세계적인 반대여론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무력침공으로 나선 동기가 무엇인가는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봐서 후세인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라크는 압도적인 힘으로 쿠웨이트를 장악,「자유임시정부」의 이름으로 괴뢰정권을 세운 뒤 쿠웨이트에 대한 지배권을 기정사실화하는 바탕위에서 세계여론과 대결할 속셈일 것이다. 이런 전쟁모험이 성공할 경우 후세인대통령이 얻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후세인대통령은 이라크와 쿠웨이트 두 나라의 석유매장량만으로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막강한 백만대군과 함께 그는 중동의 강자로 큰소리 칠 수 있을 것이다.

후세인대통령이 염치불구하고 주먹을 쓰게 된 데에는 그러나 엄청난 열매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자는 「방어」 목적이 더 컸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도발한 이란과의 8년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나고 7백억달러로 추정되는 빚을 짊어지고 있다.

이란과의 8년전쟁이 끝난지 2년이 되도록 경제복구는 지지부진하고,그는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7월 스스로 종신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 전쟁모험이 계산대로 성공한다면 하루아침에 석유수출국기구(오페크)의 강자로서 기름값을 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빚더미위에 앉은 그에게 「황금의 기회」를 약속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국내에서 종신대통령에 걸맞는 독재체제를 반석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거인이 어린아이를 덮친 것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 이라크의 앞길에는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탈냉전을 선언한 군사대국 미국도 이제는 섣불리 군사개입을 입에 담지 못하는 실정이다.

쿠웨이트사태는 앞으로 서방측이 어떤 경제제재의 그물을 짜느냐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아마도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소련도 무력침공을 비난한 만큼,앞으로 취해질 정치ㆍ경제적 제재조치에 일단은 지지를 보낼 공산이 커 보인다.

그 결과가 어느 쪽에게 어느 만큼의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동서화해시대의 국지전이 어떻게 수습될 것인지 쿠웨이트사태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이런 대결이 오기전에 이라크는 유엔안보이사회의 결의대로 즉각 침공군을 거둬들여야 한다. 전세계를 적으로 하는 대결을 얕잡아 봐서는 안될 것이다.

어쨌든 한가지 분면한 것은 기름값이 더욱 가파르게 뛸 가능성이다. 기름값 완충기금을 멋대로 전용하고,에너지를 겁없이 펑펑 쓰게 했던 우리의 방만한 정책에 엄한 채찍이 다가서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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