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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를 본 사람/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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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를 본 사람/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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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들은 속기 쉽다. 수하 사람들이 잘 보이기위해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지 않기위한 술책들이 일화로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백마를 본 사람』도 그런 일화중의 하나다. 춘추전국시대 연나라에 어떤 재상이 있었는데 하루는 주위 사람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문밖으로 달려나간게 흰 말이 아니냐』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하고 한사람이 말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얼른 밖으로 쫓아나가더니 돌아와서 『흰 말이었습니다』하고 말했다. 그 재상은 이렇게 해서 수하중에 성실치 못한 사람을 찾아냈다. 『왕의 손톱』도 같은 얘기다. 한나라 왕이 한번은 손톱을 깎은 다음 그 중 하나를 손에 감춰 쥐고 『손톱이 하나 없어졌다.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측근 신하중 한사람이 재빨리 제 손톱을 잘라 『여기 찾았습니다』하고 내보였다. 원래 임금의 이익과 신하의 이익은 서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비자는 말한다.

임금에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신하로서는 능력없이도 일을 맡아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임금은 공로있는 사람에게 작록을 주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신하로서는 공로없이 부귀와 권세를 얻는 것이 이익이 된다.

임금에게는 걸출한 인물이 제능력을 발휘할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이익이지만 신하로서는 패를 만들어 서로 허물을 덮어 주는 것이 이익이 된다. 임금과 신하의 이같은 관계는 모든 윗사람과 아랫사람과의 관계에 들어맞는 얘기다.

가령 대통령이 장관들한테 일을 맡겼을때에도 해당되는 얘기인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를 미심쩍어 하는데 장관들은 항상 잘돼 간다고 말하기가 십상이다.

지금 우리경제에 과소비와 투기,비생산적인 서비스업의 번창 등 이른바 거품현상이 사라지면서 구조적 불황의 실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을 걱정해서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장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진전에 따른 국제무역질서의 일대변혁과 유가불안,후발개도국들에 의한 우리 수출시장의 급속한 잠식과 갈수록 더 허약해지고 있는 수출경쟁 등 안팎으로 경제여건이 나빠지고 있지만 그것을 내 일처럼 걱정하는 장관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고작해야 1년 남짓,길어야 2년도 채 안되는 임기를 대과없이 무사하게 마치는 것만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 모습이다.

장관이 그렇고 그 장관을 모시는 수하사람들이 또 그렇고하면 나라경제는 어느 구석에서도 좋아질 단서가 생길수 없다. 경제가 꼬이고 꼬여서 속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데 겉으로 태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백마를 본 사람,왕의 손톱을 주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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