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통합총선」합의ㆍ5% 규정완화 협상/보수연정,서독 여론조사서 72% 지지 얻어동독의 로타르ㆍ드메지에르 연립정부를 붕괴위기로 몰아 넣었던 독일통일시기와 전독총선 절차문제가 서서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동서독정부는 총선절차에 관한 마라톤협상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31일 오는 12월2일로 예정된 전독총선에서 서독선거법을 일괄 적용하고 동독 군소정당의 의회진출을 돕기위해 거대정당과의 연합공천을 허용키로 하는데 잠정합의했다.
이같은 합의는 동서독이 먼저 정치적 통일을 이룬뒤 단일 선거법하에서 전독총선을 치르게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독선거법중 최대쟁점이 돼온 5% 제한규정(전체 득표율이 5%를 넘는 정당만 의회진출)의 조정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아 양측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동서독 분리총선후 통일」을 완강히 고집해온 동서독 기민당(CDU)은 「통일후 통합총선」을 받아들이는 대신 5% 제한규정을 3%로 낮추자고 현재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독 사민당(SPD)은 4%까지는 양보할 뜻을 비춰 동독 군소정당의 통일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5% 제한규정은 다소 완화될 것이 유력시된다.
물론 이 조항이 완화되지 않더라도 동독 군소정당들은 이번에 합의된 연합공천제에 따라 거대정당의 등에 업혀 통일의회에 진출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험난한 통일가도를 단숨에 달려온 동서독이 통일의 목전에서 갑자기 선거절차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즉 통일이후 집권 향방이 선거법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독선거법의 5% 제한규정이 동독에 적용되면 서독에 제휴정당이 없거나 있어도 힘이 미약한 동독 군소정당들은 의석 확보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현재 동독 기민당의 강력한 연정 파트너인 독일사회동맹(DSU)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 동독의 민주화 개혁을 주도해온 노이에스 포룸등 좌파정당 연합체인 「연합90」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콜 서독 총리는 드 메지에르 동독 총리를 앞세워 동서독이 각자 선거법에 따라 전독총선을 실시한뒤 총선 종료와 함께 완전통일을 이루자는 일정을 주장해왔다. 그래야만 기민당은 자매정당인 독일사회동맹을 살리고 또한 동독의 좌파표를 분산시켜 통일후 집권경쟁을 할 사민당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민당의 이같은 전략은 집권을 위해서 과거 공산주의자(민사당)와도 손을 잡으려 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됐고 마침내 지난 24일 동독 자민당(FDP)이 연정을 탈퇴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결국 기민당은 여론의 압력에 굴복,사민당 및 자민당이 주장해온 단일 선거법에 의한 통합총선을 받아들이고 대신 5% 제한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것이다.
동서독이 이번에 잠정합의한 선거방식이 전독총선에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선 동독에서는 독일사회동맹이 기민당을 파트너로,연합90등 민주정당은 사민당 또는 서독 녹색당과 제휴해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최대의 변수는 구동독공산당인 민사당의 향방이다. 지난 총선 득표율로 볼때 민사당은 제한규정이 4%로 낮아지지 않는한 자력으로는 의석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지만 민사당은 지난달 29일 서독 녹색당과 총선을 위한 정치동맹체를 결성,의석 확보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손익계산을 굳이 무시하더라도 이번 전독총선의 승자는 콜 서독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그 좋은 증거로서 지난달 30일 발행된 서독의 유력시사주간지 슈피겔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 수 있다. 서독인을 대상으로 전독총선의 지지정당을 물은 이 여론조사에서 서독의 보수연정은 7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사민당과 녹색당은 26% 지지에 그쳤다.
한달전에 실시된 같은 조사결과가 보수연정 54%,사민ㆍ녹색당 43%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판도변화임이 분명하다.
정당별 지지도에서도 기사연합(기민당과 사회동맹)은 한달전 42%에서 60%로 급부상했으나 사민당은 48%에서 33%로 급락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독일통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콜 총리의 발언은 그 수레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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