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그동안 정부는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왔고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87년을 고비로 88년부터는 적자규모가 상당히 감소됐으며 89년에도 비교적 안정된 증가추세를 나타낸 바 있어 이대로 나간다면 무역역조의 축소내지는 안정세 유지가 가능하리라는 낙관론까지 나올만큼 되어 있었다.그러나 올해들어 대일 무역적자액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하여 6월말 현재 근 29억달러를 기록,작년 동기실적 20억달러를 43.6%나 초과하는 추세로 변하였다. 이 기간중 대일수입이 85억1천만달러로 3.6% 늘어난 데 비해 수출은 56억2천만달러로 9.1%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추세가 그냥 지속된다면 상공부가 의욕적으로 세웠던 대일 무역역조개선 5개년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 짙어졌으며 내년까지 적자규모를 15억달러선으로 낮춘다는 목표의 달성은 커녕 오히려 지난 87년의 57억달러 적자규모보다 더 큰 역조현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다.
애당초 산업구조의 획기적 개혁없이 대일 무역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당국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었지만 올 상반기중의 대일 수입실적을 분석해보면 근원적 개혁없는 역조개선이 얼마나 뿌리없는 희망적 기대에 불과한가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상반기중 수입액가운데 31.8%인 29억1천만달러가 기계류이고 29%인 24억7천만달러가 전자ㆍ전기류로서 이들 둘의 수입비중이 전체의 60%를 넘고있다. 기계ㆍ전자ㆍ전기류는 모두 시설재나 조립제품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것들로서 우리로서는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에 속하는 것이다.
상공부당국은 대일수입이 늘고 있는 이유로 기업의 설비투자,특히 자동화투자의 증가를 지적하고,이에 필요한 설비를 대부분 일본지역으로부터 도입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미 도입되어 있는 기계ㆍ설비류가 대부분 일제인 이상 부대설비물의 도입을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자동화등의 설비투자가 올 하반기와 내후년까지 계속된다고 볼 때 대일 무역적자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조짐이 농후하다.
대일 무역역조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과 각종 부품을 국내개발,국내생산으로써 대체하고 대일수출을 늘려야 하겠는데 변변한 기술개발이나 연구비 뒷받침도 못하고 있는 현시점으로는 「기계소재류 부품국산화사업」은 요원한 꿈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또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없는 대일 수출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역조개선의 전망은 한말로 비관적이라고 말해야 할 처지이다.
정부당국은 올 10월경에 내한예정인 일본의 대한수입측 진단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눈치이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들의 구매행각이 별반 실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과성이 될 성산이 크고,구매일시를 좀 앞당긴다는 효과밖엔 바라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속없는 기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당국은 시장개방을 틈탄 사치품과 불요불급한 일제상품의 수입을 막고 전자제품등의 밀수를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수입원의 다원화,기술개발의 지원 및 촉진,대일 수출유망상품의 발굴,미국등 제3국을 우회하는 새 수출루트의 개척 등 보다 근본적인 역조개선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마땅한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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