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낭비 정부는 뒷짐/수거량만 크게 불려 이중손실/고액들여 되레 외국폐지 수입새벽6시께 서울 성북구청 뒤쪽의 쓰레기 적환장. 인근 안암동일대에서 쏟아져나온 쓰레기를 한데 모으는 시간이다. 1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날라다 쏟아부으면 재활근로대원들이 쓸만한 것들을 골라낸다.
인근 지역에 비교적 중산층이상의 주민이 많기때문에 쓰레기의 종류도 좀 다르다. 신문지와 깨끗한 종이류,아직 쓸만한 이불ㆍ옷가지 등도 많이 섞여있다.
다시 쓸만한 것들을 골라내려 하지만 다른 쓰레기와 뒤범벅이 돼 쉽지않다.
자세히보니 멀쩡한 물건을 이 음식찌꺼끼와 뒤섞여 쓰레기 양을 크게 불려놓고 있다.
환경미화원 김재문씨(45)는 『아직 쓸만한것들이 많은데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잘사는 나라인지 의아해질 때가 많다』고 개탄했다.
쓰레기중에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재활용할 수 있는것이 의외로 많다. 89년 한햇동안 전국에서 쏟아진 쓰레기는 약 2천8백50만톤. 이중 순수한 쓰레기로 칠수있는 연탄재와 음식찌꺼기가 각각 39.8%,23.4%이다.
가장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류는 무려 10.6%,2백90여만톤이나 된다. 나머지 25%가량은 폐비닐 고무 플라스틱 나무 금속류 병이나 깡통 등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쓰레기로 버려지는데는 국민들의 낭비심리도 크게 작용한다. 컴퓨터와 복사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고급용지의 사용이 크게 늘어났지만 대부분 한쪽면만 사용한뒤 그냥버린다. 뒷면을 다시 사용하는 일은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문지도 예전에는 모아두었다가 고물상에 넘기곤했지만 물량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쓰레기로 나오는 일회용품도 크게 늘었다. 지난87년 한해 사용된 종이컵이 1백26억개,음료나 우유팩이 54억개나 되는데 최근 2∼3년동안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으리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용한 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재활용이 안되는 책임이 꼭 국민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주도로 일부지역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해 처리하지만 수거업자들은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다.
그나마 양이 많아야 가져가는데 연락을 해도 안가져갈 때가 많다. 주부 서정숙씨(37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3동101호)는 『어렵게 분리수거를 해놔도 업자들이 너무 까다롭게 취급하고 수거를 기피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폐품수집 업자들이나 제지업계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수입자유화조치 이후로 제지공장에서 외국산폐지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폐지를 수집해봐야 납품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크게 떨어져 외면한다. 포장지용 종이를 주로 수집하는 대진실업(서울 송파구 가락동)은 『폐지를 납품받으려고 하는 제지공장이 없어 일손을 놓은채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을지로의 제책사와 인쇄소에서 나오는 모조지류를 수집하는 태용산업(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355)도 지난 연말에 납품을 못해 2백여톤이나 되는 폐지를 사무실안까지 가득 쌓아놓았었다.
이와 반대로 폐지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지업체들은 국내에서 폐지가 제대로 수집되지않아 아까운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신문용지를 주로 생산하는 전주제지는 여나간 35만톤가량의 헌 신문지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의 폐지를 사용하려해도 쓸만한 물량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한다. 폐지유통이 잘 안되거나 오물이 섞인 저질폐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화장지전문 생산업체인 유한킴벌리는 매달 3천∼4천톤의 폐지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수입가는 톤당 5백달러 정도.
폐지를 사오기 위해 연간 2천만달러씩을 쓰는 셈이다. 정인준내자구매과장은 『외화를 들여 폐지까지 수입하는 심정이 어떠하겠느냐』며 『국산폐지를 쓰고 싶어도 구할수가 없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라도 분리수거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과장은 『각 가정에서 종이류만이라도 깨끗하게 분리하고 이를 국가차원에서 수집해주면 비싼돈 들여가면서 외국폐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닐ㆍ플라스틱ㆍ고무 등 폐합성수지류도 재활용의 여지가 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합성수지류가 전체 쓰레기중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18%나 된다. 재활용이 제대로 된다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줄일수 있지만 생활수준의 향상과 경제성만 따지는 정책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농촌폐비닐의 수거이다. 폐비닐이 농토에 버려짐으로써 지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위해 한국자원재생공사를 설립,지난 81년부터 폐비닐과 함께 농약빈병과 고철 등을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인력과 장비의 부족,농촌의 인력난때문에 한계를 안고있다. 89년에 재생공사가 수거한 폐비닐은 약 4만9천톤,연간 사용량 8만톤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연간 쏟아지는 2백90만톤의 폐지를 비롯,재생가능한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수거해 활용한다면 쓰레기의 양을 크게 줄여 매립지난을 덜고 자원도 절약,막대한 외화낭비를 줄일수 있을 것이다.<원인성ㆍ여동은기자>원인성ㆍ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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