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등소평이 만나 약속”등 잇단 보도/보수파,복권겨냥 비판공세… 추측 더 사실화조자양은 주은래 등소평에 이은 또 한명의 불도옹이 될 것인가.
천안문 유혈진압 보름전인 지난해 5월19일 시위학생들에게 핸드마이크를 들고 해산을 호소하던 모습을 끝으로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조자양 전총서기가 홍콩언론들이 최근 1개월여동안 그의 복권설을 잇달라 보도하면서 뉴스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실력자 등소평이 가까운 장래에 복권시킬 것을 전제로 조자양 전총서기와 회담을 갖고 조에게 지방시찰을 권했다」「조 전총서기에 대한 정치심사가 종결되고 조의 오른팔이었던 포동 전 당정치체제 개혁위원회 주임이 연금해제 됐다」
등소평은 조자양 제거의 주역이었던 80대 원로들에게 92년말까지 완전 은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상은 지난 6월말부터 조자양의 근황과 관련된 주요 홍콩언론들의 보도내용이다. 이같은 설의 진위를 묻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지난 7월19일 김계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었다. 김대변인은 『나는 조의 근황에 대해 모른다. 충고하고 싶은 것은 소문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 과거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예가 비일비재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김대변인의 발언은 조자양의 복권설을 완전 부인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편 지난 7월30일 중공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조자양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비판논설을 게재한 것도 당내 개혁파세력이 조의 복권을 노골적으로 기도하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친중국계 신문인 문회보에 근무하다 천안문 유혈진압에 항의,사직한 기자들이 만든 잡지인 「당대」 최근호의 보도내용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잡지는 중국 지도부 내부의 권력투쟁을 다룬 특집에서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실권을 장악한 보수파가 현재 모택동 사망전 강청일파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4인방처럼 언론을 장악한 보수파들은 조자양과 개혁파에 대한 가열찬 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대세는 개혁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모택동 사망직전에 등소평을 집중 공격,그에게 3차실각의 쓰라림을 안겼던 4인방이 모 사망 직후 곧바로 숙청된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자양의 복권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은 오히려 천안문사태 이후 급격하게 변모한 국내외 정세이다. 내부적으로 중국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개혁성향의 강택민에게 당과 군의 최고직위를 물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보수파의 권력장악을 가능케 했던 국내의 혼란상태도 1년여가 지나면서 수습단계에 접어 들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동구권 공산독재의 몰락과 소련의 급격한 정치개혁은 비록 같은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에도 비슷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정치ㆍ경제적 안정을 이룩하고 대외적 개방을 가속화 해야할 중국의 현재 입장에서는 조 전총서기등 개혁파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을 재평가할 시점에 오게된 것이다. 완전한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50년간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거쳐야 한다는 조자양의 「사회주의적 상품경제론」은 그의 복권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미 「복권」된 것이나 다름없다.
조의 근황을 둘러싼 최근의 홍콩의 보도내용은 그의 복권시기가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도 있음을 시사해 준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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