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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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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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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속에 귀밝이술이라는 게 있다. 정원 보름날 아침 데우지 않은 청주 한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그해 즐거운 소식을 듣게 된다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던 것이다. 사실 사람의 오관중에서 귀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소리를 듣고,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두가지 기능을 동시에 하면서 사람들의 언어능력마저 뒷받침한다. 벙어리도 듣지 못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밝은 귀의 소중함을 생활습속을 통해 강조해온 조상들의 슬기가 놀랍다. 근래 정치판에서 민주정치의 대명사로 큰귀의 정치나 귀밝은 정치를 강조하는 것도 결국은 민심과 여론을 잘 듣고 정치를 평형감각에 맞게 올바로 펴겠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말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정치인들의 귀가 그렇게 밝은 것 같지가 안다. ◆파행국회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이나 질책이 따갑고 한쪽에서는 사퇴서를 내고 짐보따리를 챙기는 비상시국인데,갖가지 빌미로 외유길에 태연히 나서고 있다는 많은 여당의원들…. 국민들의 야당통합독촉을 받고 큰 소리들만 텅텅치다 이제와서 어물쩡하며 명분보다 속셈따지기에 골몰하는 인상의 야당의원들…. 이들에게 이제라도 그 귀밝이술을 폭탄주처럼 몇사발씩은 안겨야 한다는 핀잔이 나온들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최근 외신은 불운했던 광기의 천재화가 고호의 사망 1백주년을 맞아 생시 그를 괴롭히고 자살로 내몰았던 질병이 지금껏 알려져온 간질이나 정신병이 아니라 사실은 귓병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속귀의 감염으로 생긴다는 메니에르병으로 환청과 환각증상에 시달렸던 고호는 스스로 자신의 왼쪽귀마저 잘라내는 발작속에서도 자살하기 전 3개월동안 무려 70여 점의 작품을 그려 예술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고호의 경우에는 귓병이 되레 예술혼을 자극,불후의 명작으로 승화된 셈인데 생존당시엔 단 한점의 작품밖에 팔리지 않아 37년의 생애를 가난과 절망속에 보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고호의 작품 「가세박사의 초상」은 사상 최고액수인 5백77억여원에 팔렸다고 한다. 귀가 멀쩡한 사람들이 정말 무색해질 거장의 풍모요 사후의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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