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ㆍ하천등 곳곳 “수북”/버릴곳없어 공장안까지 “산더미”/매립장못구해 업자 수거기피도부산은 거대한 산업폐기물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북구와 강서구,사상공단과 장림공단 주변에서는 길가나 야산ㆍ강둑ㆍ모래톱사이 어디에서나 버려진 산업폐기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천으로 널린 산업폐기물,이러한 투기행위에 체념하다 못해 익숙해져버린 주민들의 반응에서 부산의 산업폐기물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수있다.
북구 화명동 용당마을 직할하천 일대. 강둑과 야산 수십만평되는 농경지 여기저기에 쓰레기더미가 쌓여있었다. 신발공장에서 내다버린듯한 고무조각ㆍ플라스틱ㆍ가죽류는 물론 화공약품,「죽음의 먼지」라고 불리는 석면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상공단과 장림공단 일대에는 빈터마다 어김없이 산업폐기물이 쌓여있다. 심지어는 도로변에까지 각종 철구조물ㆍ폐타이어 등 공장에서 쏟아져나온 산업폐기물이 나뒹굴고 있다. 북구 학장동 현대자동차서비스옆 이면도로 일대에는 인근 가죽공장에서 버린 폐가죽 수십톤이 쌓여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사하구 장림1동 장림만 매립지부근. 공장폐수로 이미 시커먼 빛을 띠고 있는 장림만과 더불어 곳곳에 보기 흉하게 널려있는 각종 폐기물더미는 공해지역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주민 김종수씨(51)는 『하룻밤만 자고 나면 플라스틱류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까지 폐기물이 수북이 쌓인다』고 설명했다.
세계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 을숙도갈대밭도 산업폐기물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언 남쪽의 3백∼1천m에 이르는 갈대밭에는 기름묻은 스펀지와 약품이 엉긴 고무조각ㆍ헝겊 등 산업폐기물과 건축공사장에서 나온 폐기물,각종 오물 등이 부대째로 수천트럭분이나 쌓여 있다.
부산의 산업폐기물투기행위가 이처럼 극심한 것은 매립장이 절대 모자라기 때문. 부산ㆍ경남지역은 2천5백여개의 업체가 매일 8천여톤의 산업폐기물을 배출한다. 이중 5천여톤은 자체처리하지만 나머지는 17개처리업체가 처리한다. 현재매립장의 대부분은 이미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경남 양산군 동면 가산리의 양산위생공사 등 3개업체만이 매립을 계속하고 있으나 여유용량이 1만톤이내여서 1∼2주만에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궁여지책으로 공장 등에 임시 야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도 한때. 벌써부터 공공연한 불법투기가 성행하고 있다.
하루 3천9백톤의 산업폐기물이 쏟아지는 경기도도 매립장이 한곳도 없어 당장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1천2백여톤은 시ㆍ군 쓰레기매립장에,나머지는 서울의 난지도와 시화지구 매립장에 처리해왔으나 처리업체의 자체매립장이 다 찬데다 지난6월초 서울시가 타도 산업폐기물의 반입을 금지하면서 「폐기물 경보」가 울리고 있다.
6월이후 도내 하천변이나 구릉지ㆍ산골짜기ㆍ공장주변 빈터는 물론 공장안까지 산업폐기물이 뒤덮여있다.
지난달 9일에는 구리시 교문동 택지개발지구에 밤을 틈타 각종 쓰레기를 갖다 쏟아버려 택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 변해버리기도 했다. 김포군 김포읍 북변리 도시계획 지구내 빈터에도 두달전부터 밤마다 업자들이 쓰레기를 갖다버려 매립장으로 둔갑하고 있다.
부천시에서는 심지어 남구 역곡동 주택가 놀이터에 산업폐기물 등을 몰래 쏟아버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달 20일 새벽에는 광명시 수인산업도로에 산업폐기물을 몰래 버리기도했다. 이때문에 경기도내 각 시ㆍ군은 6월이후 산업폐기물의 불법매립과 투기를 단속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산업폐기물이 이처럼 문제가 되는것은 배출량은 엄청난데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이 절대 부족하기때문이다. 89년말 현재 전국에서 배출되는 산업폐기물은 5만8천여톤. 83년부터 연평균 10.5%씩 급증하고 있다. 이중 46.4%를 재생이용,2.6%를 소각처리하고 나머지 51%를 매립하고 있는데 매립장이 거의 다 차도 새매립장을 구할수가 없어 큰진통을 겪고 있다. 처리업체가 부지를 물색해도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실패하기 일쑤이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주민들은 1㎞쯤 떨어진 경남 양산군 철마면 고촌리에 ㈜새환경이 산업폐기물매립장을 건설하자 국도를 점거하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지난해에도 경남 밀양군 삼랑진읍 미전리,진양군 사봉면 사곡리 등에서 처리업체들이 산업폐기물매립장을 건설하려다 주민반대로 벽에 부딪치는 등 매립장확보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매립난을 겪자 처리업체들이 수거를 기피하거나 처리가격을 올려 산업체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청주공단안에 있는 ㈜럭키는 매달 9백여톤의 산업폐기물을 배출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처리업체에서 제때 수거해가지 않아 공장안에 2백여톤을 야적해두는 등 곤욕을 치렀다.
같은 공단내 ㈜한국도자기도 올해초까지 폐도자기와 폐석고 등 폐기물을 제때 수거해가지 않아 공장안에 야적해두는 등 불편을 겪었다.
매립장난이 계속되는한 비위생적인 마구잡이 매립과 불법투기가 성행하고 이에따라 중금속 등이 함유된 악성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날마다 4톤트럭으로 1만5천대씩 쏟아지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고갈돼 더이상 묻을 곳이 없는 실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멀지않아 온 국토가 산업폐기물로 범벅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다.<원인성ㆍ여동은기자>원인성ㆍ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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