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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 부족간 복수극 서막”/정부군,민간인 6백명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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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 부족간 복수극 서막”/정부군,민간인 6백명 학살

입력
199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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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끝나더라도 살육전 계속땐 국가자멸”/“미서 반군분열 조장”… 새 분쟁불씨 계속 남아미국의 흑인노예들이 세운 아프리카 최초의 독립공화국 라이베리아의 내전이 7개월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전쟁의 참상만을 더해가고 있다.

새뮤얼ㆍ도 대통령정권의 몰락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 갔지만 그것은 전쟁의 종식보다는 더욱 피비린내 나는 새로운 분쟁의 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괴멸상태에 처한 도정권의 정부군은 지난날 30일 수도 몬로비아의 한 교회를 습격,반군의 주축세력인 지오족과 마노족출신 민간인 6백여명을 학살했다.

관측통들은 이 학살이 앞으로 꼬리를 물고 자행될 부족간 복수극의 서막을 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령 표면상 내전이 끝난다해도 처절한 살육이 계속돼 종국엔 「국가자멸의 위기」로까지 악화될지 모른다는 경고이다.

이 와중에서 최근 표출되고 있는 반군 내부의 분열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해 공격을 개시했던 반군은 불과 6개월만에 국토의 요충지대부분을 장악하는 동안 찰스ㆍ테일러(42)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수도 몬로비아의 함락을 목전에 두었던 지난 7월 중순부터 반군인 라이베리아 애국전선(NPLF)은 테일러의 다수파와 프린스ㆍ존슨(38)의 소수 정예파로 양분됐다.

얼핏 볼때 테일러와 존슨은 여러가지 비슷한 점을 지니고 있다. 테일러는 80년대초 공금횡령혐의를 받고 국외로 탈출하기 전까지 도정권 하에서 정부 고위관리를 지냈고,존슨은 85년 불발 쿠데타에 가담할 때까지 대위계급장을 단 유망한 청년장교였다. 무엇보다도 두사람은 87년 리비아에서 6개월간 게릴라 훈련을 함께 받은 동지였다. 그런 두사람이 공동의 적인 도정권의 몰락을 눈앞에 두고 대립관계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거리를 두고 라이베리아 사태에 대처해오던 미국이 리비아의 가다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테일러의 집권을 견제하기 위해 은밀히 프린스ㆍ존슨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현지 서방외교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존슨 자신이 『테일러는 가다피로부터 8천만달러를 지원받아 공산정권을 수립하려는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인근해역에 머물고 있는 미해병대의 군사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추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 위험한 분열의 원인은 고질적인 종족문제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라이베리아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14년전인 1847년 미국의 도망 흑인노예들이 세운 나라다. 이때 자유(Liberty)를 찾은 기쁨을 기리기 위해 나라이름을 라이베리아(Liberia)로 짓고,수도 이름 또한 당시 미 대통령이던 몬로(Monroe)의 이름을 따 몬로비아(Monrovia)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 하게도 자유를 찾아 아프리카로 귀향한 소수흑인노예의 후손(2백30만 인구의 5%)이 토착원주민을 노예로 삼아 세습체제를 구축하는데서 종족분쟁의 씨가 뿌려졌다.

찰스ㆍ테일러는 바로 과거 지배세력이었던 이주 노예후손이다. 반면 프린스ㆍ존슨은 도대통령의 출신족인 크란족에 반발해 85년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후 대량학살된 지오족 출신이다.

결국 존슨이 테일러와 결별하게된 배경에는 테일러가 과거처럼 이주 노예후손에 의한 지배를 부활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병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 두 지도자가 맹목적이다시피한 종족간 적개심과 복수심을 조장할 경우 도정권의 완전붕괴 이후에도 유혈참극의 내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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