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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무역사무소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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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무역사무소인가(사설)

입력
199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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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외교가 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 경제수석을 단장으로 한 한ㆍ소경협과 수교교섭을 위한 정부의 첫 공식대표단이 어제 출발한 데다 중국의 강택민총서기ㆍ원목 국무원대변인이 잇따라 한국과의 연내 무역사무소 설치를 고려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민족의 염원인 통일기운 조성이나 정치ㆍ경제의 새로운 활로개척을 위해 우리 북방정책의 당위성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북방외교 당사국들 움직임을 보면 우리의 국가체면이나 이익을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너무 서둘러서 득될 게 없다는 생각이 없지도 않다. 상대국들은 우리의 성급한 북방러시를 교묘히 조정,경제협력이나 도움을 저울질하면서 수교일정을 연계시키고 있고,심지어 경제교류는 확대하면서도 수교문제에 관한 한 과거 냉전체제아래에서의 한국 불인정 철벽을 그대로 고수하는 수구성마저 보이고 있는 기미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경우 두드러진다. 이미 양국 무역규모가 20억달러를 넘고 있고,북경아시안게임에 대한 전폭지원과 우리측 중국방문객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데도 그동안 영사업무를 겸한 무역사무소가 설치되기는커녕 정치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그들에게 금기의 나라라는 2중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걸핏하면 우리의 성급한 수교의욕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가끔씩 한ㆍ중 무역사무소 설치 고려등의 다목적 발언을 던진다. 30일 나온 강택민의 발언도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방문중인 일본측 인사에게 우회적으로 한국문제를 언급한 것으로,일본의 대중 차관재개문제와 관련,일본측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제를 대 일본카드로 활용하고 우리 문제를 놓고 일ㆍ중이 자기네끼리 의논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물론 중국의 내부사정도 짐작은 간다. 천안문사태라는 큰 한계속에서 전면개방을 주저하고 있고,소련의 전면개방조치앞에서 외톨이가 된 북한에 대한 우방으로서의 배려,한국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가질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 등이 한ㆍ중수교의 쐐기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동구의 변혁과 소련의 전면개방에서 보듯,중국이 현재의 어정쩡한 태도나 대한 수교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의 경제권은 지금 북미와 EC등 지역경제권으로 블록화하는 기미이고,경제개혁에 몸부림치는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없이 범동북아시아경제권에 참여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역사무소일망정 아시안게임직후 설치될 것이라고 운을 떼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런 저런 사정을 침착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북방외교나 한ㆍ중수교는 언젠가 필지의 사실로 실현되겠지만,지금은 저쪽 사정으로 좀 시간이 걸리게 되어있는데 우리 정부나 업계만 일방적으로 덤비고 소중한 돈을 퍼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은 익어야 떨어진다. 수교도 어디까지나 양국간의 호혜적인 문제이다. 상대의 개방을 유도하는 차원은 좋겠지만,미리 엎드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보다 느긋한 자세로 실력을 키우고 시간도 벌며 한ㆍ중수교를 준비하고 북방정책도 이성적으로 착실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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