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돈없어 구속된 「형설의공」/동국대4년 최진환군 아르바이트하다 사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돈없어 구속된 「형설의공」/동국대4년 최진환군 아르바이트하다 사고

입력
1990.07.31 00:00
0 0

◎“동생들학비 마련” 3년째 트레일러몰다 택시와 충돌/「합의금 3백50만원」에 발동동자신과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위해 트레일러운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구속됐다.

지난24일 하오7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강철교밑 88올림픽대로 커브길에서 화전상운소속 경기9 바8550호 트레일러를 몰고가던 동국대 경주캠퍼스 일문과4년 최진환군(25)이 길이막혀 정차해있던 앞차를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맞은편에서 오던 서울2 하9224호 개인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가 반파되고 택시운전사 박창선씨(40),승객 정모씨(29)가 전치 3주와 10일의 상처를 입었다.

최군은 사고후 운전사와 승객의 치료비,택시수리비 등은 보험으로 처리했으나 운전사와의 합의금 3백50만원을 주지못해 사고 4일만인 28일밤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최군이 트레일러를 몰기시작한 것은 7월1일. 87년7월 제대후 6개월간 트레일러조수생활을 했던 최군은 88년 한해동안 트레일러운전사로 일해 돈을 벌어 지난해 복학한뒤 생활비를 아끼려고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강의가 없는 날이나 일요일에는 운전,노동을 계속했다.

88년 한해동안 번 돈으로 경희대 전자공학과 4학년인 셋째(22)와 재수하는 동생(20)의 학비를 댔던 최군에게 이번 방학의 아르바이트는 더 보람있는 일이었다. 셋째가 인턴사원으로 입사,자신의 학비를 벌수 있게 됐고 정치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아버지도 최군의 끈질긴 설득에 최근 포항에서 사글세를 얻어 꿩사육을 시작한 것이다.

4형제중 장남으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난 최군이 동생의 학비까지 책임져야 하게된 것은 정치에 뜻을 둔 아버지때문. 아버지 최영만씨(52)는 경북 포항에서 85년의 12대총선과 88년의 13대총선에 출마했다가 빚만 잔뜩지고 낙선하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었다.

최군은 이번 방학중 아르바이트로 1백50여만원을 벌어 자신의 학비와 평소 꿈꿔온 일본유학 학비로 저축할 계획이었으나 그 꿈이 깨져가고 있다.

그동안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돈은 마련되지 않았다.

어렵게 마음잡아 꿩사육을 시작한 부모에게 마지못해 사고 3일만인 27일 연락을 했던 최군은 부모도 도움이 되지 못하자 오히려 심려를 끼쳐드린 꼴이 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이없는 실수로 유치장에 갇힌 최군은 30일상오 면회온 같은 학과의 친구 김태원군(27)에게 55만원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넘겨주며 『어떻게든 등록과 수강신청을 할 수 없겠느냐』고 사정했다.

친구 김군은 『보기드물게 열심히 살고 있는 진환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도울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군은 『나중에라도 돈은 벌수 있겠지만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고 있었다.<김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