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진동 여름에도 창문“꽁꽁”/주민 애써 분리배출… 당국선 섞어버려생활쓰레기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대도시는 매립지난 인력장비의 부족이 겹쳐 쓰레기처리에 3중고를 겪고 있다.
전국의 생활쓰레기중 3분의1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 78년부터 사용해온 난지도매립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나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 주택가나 건설현장주변,하천둑,도로변 등 곳곳에 넘치는 쓰레기가 불법 투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립장의 수용력에 위기를 느낀 행정당국은 한때 쓰레기양을 줄이기위해 분리수거를 하겠다고 했으나 가정에서 애써 분리수거해주는 것까지 한데 섞어 매립장에 버리는 「공인투기」를 일삼고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하루 2만9천9백톤의 쓰레기가 각 가정에서 쏟아져나온다. 이를 수거하는 서울시의 청소인력은 시직영과 대형업체를 포함해 1만6백42명. 1인당 매일 2.8톤을 치워야한다.
이 때문에 고지대 등 일부지역에서는 제때 쓰레기를 치우지못해 악취에 시달리고 골목이나 변두리 도로변 야산등지에 쓰레기가 며칠씩 방치되기도 한다.
비교적 고지대인 마포구 아현2동 9통주민들은 분리수거운동에 호응해 쓰레기발생량을 크게 줄이고 있지만 제때 수거하지않아 여름철이면 악취로 곤욕을 치른다. 주민 홍태순씨(56)는 『검은색봉지에 담긴 음식쓰레기만이라도 제때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동대문구 전농1동일대 주민들도 동네 적환장에 쌓인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않아 무더위에 창문도 제대로 열어놓을수 없다며 최근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지역은 다행히 78년부터 사용해온 난지도매립장이 내년에 폐쇄된뒤 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김포해안매립지(수도권공용)를 확보해놓아 한숨을 놓은데 비해,도시규모가 팽창해가는 다른 대도시에서는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직할시 승격후 시세가 급속히 확장된 대전시가 그 대표적인 경우. 미처 매립지를 확보하지못한 대전시는 지난5월 대덕구 석봉동에 임시매립장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2주일동안이나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각 구청이 아예 쓰레기수거를 중단하면서 쓰레기공황이 닥쳤다. 중심가 대전백화점앞 하상주차장은 쓰레기야적장이 돼버렸고 농수산물도매시장엔 5백여톤의 쓰레기가 쌓이는 등 도심에 악취가 진동했다. 대전시 중구청 환경미화원 김기열씨(48ㆍ동구 대동)는 『청소원생활 10여년동안 올해처럼 곤욕을 치른적은 없었다』며 『온 시내가 쓰레기에 묻히는동안 시내 80여대의 청소차와 5백여 미화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을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전국의 쓰레기발생량은 89년말 현재 7만8천여톤으로 해마다 6∼9%씩 늘어나고 있다. 이중 연탄재 등 타지않는 쓰레기가 50%,재활용할수있는 것이 3.3%정도이며 절반에 가까운 46.3%는 가연성쓰레기이다. 국토가 좁아 매립지가 부족한 우리실정에서는 특히 가연성쓰레기를 소각처리함으로써 발생량을 줄이는게 최선의 대책이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회장 김천주)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난2월부터 자발적인 쓰레기 분리수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 송파구 문정동 패밀리아파트 마포구 노고산동 등 서울시내 6개동을 시범지역으로 해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 12개지역 1만5천여가구로 확대됐는데 대상지역주민의 70∼80%가 적극호응하고 있다.
11개동 1천4백여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의 경비원 신영호씨(49)는 『출근시간에 쫓기는 맞벌이부부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써 주부들이 가연성ㆍ불연성ㆍ재활용품으로 분리해버린 쓰레기도 수거과정에서 청소차에 뒤섞여버려져 난지도에 같이 묻힌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매립지난을 덜어보자는 분리수거의 취지가 행정당국에 의해 묵살되고 「분리배출」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3월부터 7백여세대가 참여하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의 경우 처음에는 주부클럽의 지침대로 쓰레기를 3가지로 분리해 버렸다. 그러나 고물상 등 수거업자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만 골라내고 가연성쓰레기가 든 분홍색봉지는 다시 쓰레기통에 집어넣어버렸다. 이 때문에 이곳 주부들은 6월부터는 병ㆍ깡통ㆍ신문지 등 재활용품만 분리할 뿐 나머지는 함께 버리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
3가지 봉지에 분리해 버리면 재활용품은 동네노인들이 수집,처분해 용돈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2개봉지는 청소차에 함께 실어가버린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재활용품만 따로 내놓고 음식찌꺼기와 휴지조각 등은 아예 한 봉지에 넣어 버리기도 한다.
이에대한 행정당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소각시설이 목동열병합발전소의 1백50톤,의정부시의 1백톤 등 전국에 2곳뿐이기 때문에 가연성쓰레기를 따로 수거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소각로 건설 등 장기적인 대책은 생각도 않고 있다.
서울시 김재종청소1과장은 『소각비용은 매립에 비해 10배나 많이 든다』며 『정부는 매립을 쓰레기처리의 기본원칙으로 정하고있기 때문에 가연성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은 별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국의 태도에 대해 이 운동을 주관하고 있는 주부클럽은 시민들을 대변,『분리수거의 목적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매립장난을 덜기위한 것인만큼 하루빨리 소각시설을 만드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원인성ㆍ여동은기자>원인성ㆍ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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