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통합 본궤도 진입 “난산”/사태 심각 뒤늦게 인식 상대 자극 자제 평민/신중론 점차 확산… 「전제조건」 다시 들먹 민주/벌써 실리 계산… 일정 차질 예고○…15인 협의기구의 본격 가동을 통해 본궤도 진입을 시도하려던 야권통합 논의가 민주당의 내부사정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성급한 통합논의를 계속 경계해 오던 민주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9월 정기국회 이전의 창당선언에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고 평민당이 제의한 김대중이기택김관석 3자회동 제의마저 일단 거절하고 있다.
야권통합의 이같은 진통이 통합논의의 지지부진으로 결말날지 아니면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통합 일정이 일단 차질을 빚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평민◁
평민당은 30일 예정대로 협상대표 5인을 임명하는등 야권통합 논의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으나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가 예상보다 강하자 난감한 표정이 역연하다.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평민당이 제의한 1일의 3자회담을 「15인 협의기구를 가동시켜본 뒤 필요하다면」 이라는 조건을 붙여 사실상 거절해오자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피부로 느끼는 모습이다.
평민당은 3자회담의 제의가 거절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내에 일부 진통이 있는 것 같으나 이 민주총재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기본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거절소식이 알려지자 『그렇게까지 당내문제가 심각한가』라는 반응이다.
지난 27일의 전당대회에 이 민주총재가 약속을 해놓고도 「당내사정」을 이유로 불참하자 「그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모습에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민당은 이시기에 민주당을 자극시킬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애쓰고 있다.
협상대표인 김원기의원은 이 민주총재의 회담연기 주장에 대해 『야권통합의 중요성을 감안해 15인 협의기구에서 우선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해보자는 것 아니냐』면서 『실무협상에서 매듭이 풀리지 않은 문제를 3자 대표가 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평민당은 김총재가 27일의 전당대회에서 부통령제 도입 개헌을 공식제기한 게 가뜩이나 「밀약설」 등에 시달리고 있는 이 민주총재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점을 수긍하겠다는 분위기이다.
이와함께 김총재가 자신의 2선후퇴를 주장한 인사들을 지역감정 편승자 또는 소영웅주의자 등으로 맹렬히 비난했다는 사실이 민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반발을 증폭시켰다는 점도 인정하겠다는 모습이다.
평민당이 아직은 민주당의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이같은 진통과 우여곡절이 야권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만 할 홍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 이와관련,평민당의 한 중진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야권통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민당이 유사시에 부분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즉 통합에 끝까지 반대하는 민주당세력은 결국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평민당은 이 민주총재가 사석에서 했다는 『70%정도만 와주어도…』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통합이 지니고 있는 명분과 당위성을 감안할 때 부분통합 얘기등이 아직은 성급하다는 판단아래 당분간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
민주당의 야권통합 논의는 지난 26일의 지구당위원장 토론회와 28일의 총재단회의를 고비로 창당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원직 사퇴서 제출이후 다소 「들뜬 행보」를 보였던 이기택총재와 김정길 이철 노무현의원 등 소위 통합적극론자들은 30일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뒤 『지난 5월8일 평민당과의 통합협상대표단회의서 합의한 당대당,집단지도체제,대표경선의 3대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엄연한 당론』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이 총재의 9월 통합을 의미하는 3단계 통합론이 통합에 대한 단호한 의지와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이라고 넘겨 버리고 나선 것이다.
이총재와 이들 세의원은 나아가 3대 원칙의 전제로 함게 합의한 국민화해,민주절차,완결통합쪽에 더 무게를 실을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당시 이 전제조건의 구체적 해석 때문에 통합협상이 결렬됐던 점을 상기하면 민주당은 통합논의의 방침을 장기전쪽으로 잡은 듯하다.
특히 통합이후 계파중심의 비민주적 정치질서 청산(민주절차)과 신당의 조직ㆍ운영에 관해 의문이나 다툼의 여지가 없도록 한다(완결통합)는 전제는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2선후퇴불가론이나 선통합 선언과는 합일점을 찾기 힘든 대목들이다.
이총재와 이들 세의원이 창당전의 당론을 들춰내며 그 동안의 통합논의에서 슬며시 한발짝 빼고 있는 것은 성급한 통합에 제동을 거는 심한 당내 반발과 김대중총재의 전당대회 발언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총재는 지구당위원장 토론회를 전후해 직접 설득작업에 나섰으나 뚜렷한 소기의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28일의 총재단 회의에서 김현규ㆍ홍사덕부총재 등은 「당을 떠날 듯한 각오」로 신중론을 개진하기도 했다. 또한 김평민총재의 2선후퇴를 주장하는 지구당위원장들이 서명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당분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김 평민총재의 부통령제 개헌과 2선후퇴불가선언은 이총재에 대한 「밀약설」을 다시한번 추궁하게 했으며 자연히 이총재는 멈춰설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김대중이기택회담이후 이총재는 『통합신당은 「김대중당」이 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수차례 얘기해왔는데 김 평민총재가 2선후퇴 불가를 선언하자 이총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
한편 지난 28일 「세대교체를 전제로 한 야권통합」을 주장하는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벌이던 일부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집단행동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 듯 30일 『일단 서명작업을 중단하겠다』면서 31일의 정무회의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혀 통합신중론이 점차 대세를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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