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피서지마다 “오물전시장”/얌체등산객에 산이썩는다(쓰레기 전쟁: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피서지마다 “오물전시장”/얌체등산객에 산이썩는다(쓰레기 전쟁:2)

입력
1990.07.30 00:00
0 0

◎해수욕장ㆍ계곡/빈캔ㆍ병조각ㆍ비닐 널브러져/해변에 묻고 물에 던지고/낚시터는 더해… 눈뜨고 못봐/휴식하러 왔다 되레 짜증만긴 장마끝의 폭염속에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있는 유명해수욕장과 낚시터는 쓰레기로 덮여있다.

7월1일 개장한 이래 한달동안 2백20여만명이 찾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엔 피서객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들이 널려 백사장과 해안을 더럽히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의 쓰레기통은 온갖 쓰레기가 넘쳐 지저분한 모습이다. 수영을 하러온 피서객들이 음료수캔이나 휴지ㆍ음식찌꺼기 등을 백사장에 마구버린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쓰레기를 모래속에 파묻어버리는 것. 청소원들은 매일 새벽 파리떼가 몰려있는 곳을 파내 음식찌꺼기 등을 찾아낸다.

음료수캔이나 휴지 등을 파묻어버리면 청소할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모래속에 캔이 묻혀있는 걸 모르고 걸어다니다 발을 다치는 사람도 적지않다. 일요일인 29일만해도 10명이 발을 찢겨 응급치료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졌다.

백사장에 버린 쓰레기는 밀물뒤 상당량이 쓸려 내려가 바다에 떠다녀 치우기도 힘들고 미관도 해치지만 몰지각한 피서객들의 오염행위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7월1일부터 28일까지 수거한 쓰레기는 3백59톤. 이들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51명의 환경미화원이 매일 새벽5시부터 3시간씩 2만평의 백사장을 뒤져야 한다.

중년세대가 많이 찾는 낚시터의 쓰레기오염은 더 심각하다. 산이나 해수욕장 등에 비해 쓰레기 발생량이 엄청나게 많아 낚시터주변은 파리떼가 들끓는 쓰레기처리장과 다를게 없다.

충북 중원군 흘미면 공이리낚시터. 이곳을 관리하는 공이리 새마을양식계소속 청년4∼5명이 모터보트를 이용해 계곡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느라 매일같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계곡 곳곳에는 라면봉지와 캔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고 다쓴 가스통이 물위에 떠다니기도 했다. 가정주방 쓰레기를 몽땅 내다버린것 같은 대형투기행위도 눈에 띄었다.

양식계회원들은 계곡에 흩어진 쓰레기를 한데 모아 비닐부대에 담은 뒤 모터보트로 옮겨 한곳에 힘겹게 쌓아놓았다. 충주호상류지역인 이곳에는 주말이면 70∼80명의 낚시꾼들이 자가용을 몰고 찾아온다.

밤새 낚시를 하고 음식을 끓여먹은 뒤 생긴 쓰레기를 차로 되가져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지만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은 몇 안되고 대부분은 놀던 자리에 그대로 두고 떠난다.

양식계회원 이택승씨(30)는 『20여명의 회원이 있으나 일손이 바빠 4∼5명씩 교대로 청소를 하는데 주말이 지나면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쓴다』며 『대부분 자가용에 먹을 것을 잔뜩 싣고와 버리고 가기때문에 쓰레기량이 엄청나게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곳은 관리책임자가 있는 유료낚시터이기 때문에 좀 나은편이지만 무료낚시터는 더 엉망이다. 속리산야영장 입구의 조그만 낚시터에는 물위뿐 아니라 물속에도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동네 노인들이 미꾸라지를 잡기위해 그물질을 하자 박스조각ㆍ비닐ㆍ병 등 쓰레기가 그득히 건져졌다. 주민 추현실씨(68ㆍ충북 보은군 외속리면)는 『많은 낚시꾼들이 주변에 버리다못해 물속에까지 쓰레기를 버린다』며 『가운데 깊은 곳에는 더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지만 청소를 할수도 없다』고 개탄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인암리 남한강상류 계곡은 피서철이면 하루 1백여명씩 찾아오는 조용한 유원지인데도 피서객들이 바위주변 등에 쓰레기를 버려 맑은 물까지 더럽히고 있다

군에서는 유원지 상류 부근에 청소차를 갖다놓고 군데군데 쓰레기통을 설치해놓았으나 계곡과 도로변 곳곳에 빙과류 껍질이나 담배꽁초 음료수캔 등이 널려있다.

유명해수욕장ㆍ유원지ㆍ낚시터뿐만아니라 전국 곳곳의 강상류나 골짜기 깊숙이까지 쓰레기없는 곳은 찾기힘들게 됐다.

◎국ㆍ도립공원/곳곳 오염 악취진동/버릴줄만 알고 회수안해/경관도 해쳐 “명산”무색/고지대 청소땐 애먹어

산이썩고 있다. 본격피서철에 접어들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요즘 전국 국ㆍ도립공원이나 도시인근 계곡 등은 등산ㆍ피서객들이 마구버리는 쓰레기에 덮여 향기를 잃고 신음하고 있다.

『쓰레기를 치우고 투기행위를 감시하느라 왼종일 쫓아다니며 허덕이다 보면 다른일은 엄두도 못냅니다. 아무리 열심히 치워도 역부족입니다』 구례지역 지리산 남부관리소직원들의 하소연이다.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데 쓰레기의 악몽에 짓눌려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경남산청의 동부관리소 전북 남원의 북부관리소지역도 똑같은 실정이다.

국립공원 지리산의 계곡과 등산로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경관을 더럽히고 있다. 특히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화엄사ㆍ피아골 계곡 등에는 각종 음식물찌꺼기ㆍ과일껍질 등의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루 2만∼3만명이 몰려드는 피서철이면 쓰레기공해는 더욱 심해진다. 요즘엔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오기 때문에 싸가지고 오는 음식물의 양도 더 많아졌다. 계곡에서 음식을 먹은 뒤 뒤처리를 한다고 해야 한쪽 구석에 모아놓는게 고작이다.

날씨가 더운탓에 하루만 지나도 파리가 꾀고 악취를 심하게 풍긴다. 놀러온 관광객들은 지저분한 쓰레기와 악취로 불편을 겪지만 자신들의 쓰레기를 모아서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리산남부관리사무소 박태환운영계장은 『산행때 가벼운 도시락을 싸간 뒤 되가져오는 풍토가 빨리 정착돼야만 산쓰레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등산객들을 보면 자연을 즐기러오는 것인지 포식하러 오는 것인지 구분이 안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지대의 등산로나 야영지부근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2박3일정도 걸리는 등산코스이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먹을것을 잔뜩 싸가지고 와 야영을 한 뒤 적당한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등산에 지치다보니 빈가스통과 캔종류 등을 그대로 버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 텐트까지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

88년의 경우 지리산에는 2백67만여명이 찾아와 2천1백60톤의 쓰레기를 버리고 간것으로 집계됐다. 한사람이 0.8㎏씩 쓰레기를 버린셈이다. 등산 행락객들이 지각없이 버린 쓰레기가 쌓여 엄청난 양이 되고 천혜의 명산 지리산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고지대에 버린 쓰레기는 청소원들이 지게로 지어 차가 다닐수 있는 곳까지 옮겨야 한다. 반야봉쪽의 쓰레기는 노고단까지 9.5㎞나 되는 험한길을 지게로 나른뒤 청소차로 실어간다. 또 산꼭대기에 버린 쓰레기는 장터목과 세석 등지에 모아놨다가 헬기로 수송하곤 한다. 현재 이곳에는 20㎏들이 부대로 1천5백여개의 쓰레기더미가 쌓여 수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간 2백50여만명이 찾는 속리산국립공원도 마찬가지이다. 등산로입구 야영장 부근에는 마른쓰레기ㆍ젖은쓰레기ㆍ재생용 등 3가지 쓰레기통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최근엔 이러한 분리수거에 호응하는 야영객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린다. 그 바람에 많은 사람이 분리해버린 쓰레기까지 도로 뒤범벅이 되기 일쑤다.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야영장부근은 대체로 깨끗한 편이나 텐트를 금방 걷은 주위에 캔ㆍ빈병ㆍ비닐봉지ㆍ가스통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띈다. 4∼5m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지만 그대로 버려두고 떠나버렸다.

이곳에 3번째 찾아왔다는 송기열군(21ㆍ충북대3)은 『전에비해 야영객들이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 같지만 아직도 야영한 자리를 청소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속리산관리사무소측에 의하면 평일에는 3톤∼4톤,주말에는 5톤가량씩 쓰레기가 쏟아진다고 한다. 1주일에 2∼3회 등산로를 따라 수거한 뒤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데 역시 깊숙한 골짜기에 쌓이는 쓰레기를 치우느라 애를 먹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