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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수교 서두르지 말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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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수교 서두르지 말고(사설)

입력
199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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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국ㆍ소련 정부사이의 첫 공식회담을 위해 우리 정부대표단이 1일 소련으로 떠난다. 세계적인 「탈냉전」의 흐름이 결국 한반도에도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전환점에 다가선 것으로 단정해도 지나친 낙관은 아닐 것이 확실하다.이미 보도된 것처럼 이번 첫 공식접촉은 지난 6일자로 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친서로 실현된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친서내용은 한국경제대표단을 초청하되 『어떤 인사가 포함되어도 좋다』는 함축성있는 것이었다. 또 이번 회담의 소련측 대표단도 경제담당제1부수상이 이끌게 된다.

따라서 두나라 정부의 첫 공식접촉은 기본적으로는 「경제회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측 대표단의 구성도 청와대의 김종인경제수석비서관을 단장으로 경제관계4부처의 스태프들이 고루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측이 「정식 국교수립」을 강조한 반면,소련은 「먼저 경제협력확대」를 주장해왔다. 이번 첫 공식접촉에도 이러한 입장의 차이가 반영돼 있고,형식상 소련측의 「경협우선」이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은 결국 정치적 교류와 승인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또 그렇게 결말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독과 소련의 교섭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모스크바협상도 소련의 입장에서는 「경제회담」이지만,우리로서는 「수교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소련으로서는 동독을 사실상 포기해야 했던 유럽에서와는 달리,한반도에서는 아직도 평양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련은 개방ㆍ개혁정책에 있어서 평양측과 어긋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최근 우호ㆍ협력조약을 자동연장했다.

소련은 평양카드를 손에 쥔 채,또 한편으로는 서울과의 관계를 설정하려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로서는 이러한 소련의 「교차교류」정책이 우리의 평화구도와 기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에 「정식 수교」로 발전시킬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는 우선 소련과의 경제협력이 어떤 형식에서 진행될 것인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서독의 경우 콜수상의 모스크바방문에 앞서 소련에 대해 12년만기의 차관 31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고,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에서 소련에 대한 경제원조를 강력히 밀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경제협력의 윤곽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6월초 정부는 앞으로 5∼6년동안 30∼40억달러 규모의 「대소경협기금」을 조성할 작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에는 뱅크론 형태의 상업차관이 주가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서독의 예로 보더라도 한국과 소련의 「관계증진」도 경제협력의 내용에 따라 영향받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한국은 실질적으로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인 서독과는 입장이 다르다.

한ㆍ소의 정식수교는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동북아의 긴장완화를 통해 동시에 소련을 돕는 것이다. 지나치게 서두르지 말고,챙길 것과 따질 것은 빠뜨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난날 냉전체제의 선언적인 청산이나,여객기격추사건 그리고 사할린 동포를 빠뜨릴 수는 없다.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을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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