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 「우방 지지 이상 무」 확인/통합물결 현장확인ㆍ「제2일본」 분위기도 전환/개별국 협력강화가 EC차원 연결은 미지수강영훈국무총리의 구주 3개국및 EC(구주 공동체) 방문은 지난해 말 노태우대통령의 정상외교로 다져진 유럽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이들 국가와의 정치ㆍ경제적 실질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통독과 EC통합등 격변하는 유럽정세를 현장에서 파악,향후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또한 남북 총리회담을 앞두고 강총리가 직접 방문국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통일정책을 상세히 설명해 우방국들의 이해를 증진시켰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지난해 11월 있은 노대통령의 유럽순방대상국이 실세국가 내지는 북방진출의 전초국인 영ㆍ불ㆍ독ㆍ헝가리 등으로 국한돼 여타 구주국들이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강총리의 아일랜드ㆍ벨기에ㆍ터기 순방은 선린우호증진의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터키의 경우는 82년 에브렌대통령,86년 외잘수상(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우리측의 정상급 답방이 없었기 때문에 의전상 예우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각론에서 볼때 강총리가 순방국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통일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사실은 통일문제내지는 남북문제에 있어 「우방외교의 이상무」를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총리를 수행한 외무부 관계자들은 『각국 지도자들은 서류등에서 얻는 정보보다는 정상급의 방문이나 말 한마디를 더 신뢰한다』며 총리의 현장설명을 중시했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 한국의 유엔가입문제가 제기될 경우 중ㆍ소의 거부권행사 방지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점이나 북한개방에 공동노력키로 한 사실은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측면과 함께 이번 강총리 순방은 92년 EC통합이라는 흐름을 현장에서 체감해 보았다는 경제적 측면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강총리는 EC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자세를 설명하고,방문국 지도자들로부터 유럽변화의 생생한 정보를 들음으로써 그동안 우리 정부가 막연하게만 대체해왔던 유럽시장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C는 총교역량이 2조달러를 넘고 세계 교역량의 30%이상을 점하는 세계 최대시장임에도 한국은 대EC투자에 있어 60여건 4천6백만달러라는 미진한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총리의 현장학습은 의미가 있었다.
강총리는 EC의 중요성을 인식함에 그치지 않고 EC가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바꾸는데 전력을 기울여 방문국 지도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그래서 아일랜드,벨기에,터키 등은 모두 EC의 대한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축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합작투자등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국가들의 공감이 EC전체차원에서 실질적인 교역등에 연결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라 할 수 있다. EC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개방책 보다는 원론적인 의견교환만을 한 것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구체적인 실무노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강총리 순방의 성과는 상당부분 방문국의 경제적 기대에서 빚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 이는 달리 말해 정치불안ㆍ투기ㆍ노사분규 등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하고 민주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예우는 곧 미래의 냉대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강총리의 이번 순방은 정치ㆍ경제 각 분야의 성과와 함께 『외교력은 곧 국력에 기인한다』는 상식론을 절감케 하는 것이다.<앙카라=이영성특파원>앙카라=이영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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