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엔 각국 쿼타위반… 한때 “종이호랑이”/제네바회의로 내부결속 고유가시대 예고OPEC(석유수출국기구)만큼 세계인의 귀에 익숙한 국제기구도 아마 드물 것이다.
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자원 내셔널리즘」을 내세우며 원유값을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OPEC란 소리만 들어도 두툼한 외투 깃을 높이 올려야만 했던 스산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 OPEC가 다시한번 세계인 삶의 한복판에 자리 잡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OPEC는 중동을 중심으로 제3세계 13개 산유국이 모인 카르텔. 카르텔이 성공하기 위해선 회원들 사이의 상호신뢰와 이를 바탕으로한 행동통일이 관건이지만 OPEC는 80년대 들어 그렇지 못해 「공포의 대상」에서 차츰 「잊혀져 가는 존재」로 까지 그 힘이 약화 됐었다.
때문에 이번 제네바회의에서 OPEC가 외견상이라도 유가인상 및 산유량 조정에 성공한 것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OPEC는 90년대들어 유가인상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한때 느긋한 입장을 보였었다. 80년대 초ㆍ중반부터 시작된 전세계적 경제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인데다 동구권개혁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비OPEC의 산유량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제3의 석유위기설」까지 나돌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5달러를 넘으리라던 배럴당 원유값은 한때 13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그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OPEC의 일부회원국들은 무엇보다도 OPEC의 카르텔로서의 기능저하를 꼽았다.
각회원국이 배당된 산유량 쿼타를 공공연히 위반하고 있는 이것이 유가하락을 가져온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내부결속을 단단히 하면 할수록 예전의 영화 회복도 그만큼 빠르다고 판단하게 된게 당연하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돌발적으로 발생했던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의 분쟁이 비록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분쟁해결을 촉매제로해 이번 회의에서 예상외의 빠른 자체내 합의 도출을 이뤄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회원국들의 행동통일로 보아 이제 당분간 국제석유시장은 OPEC의 「관리」하에 놓여 질 전망이다. 원유가는 OPEC 내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승폭을 달리할 것이지만 고유가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OPEC의 앞날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내부적 갈등이 문제다. 지금도 OPEC 회원국은 산유 능력과 주가생산여력,원유판매대금의 재정기여정도 등을 둘러싸고 가격인상파와 산유량(쿼타) 증가파로 나뉘어져 있다.
중동국가들간의 내분도 문제이지만 중동 및 비중동국가들간의 반목도 무시못할 정도다. 비중동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중동국들의 정책에 차츰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OPEC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던 것이 좋은 예다.
외부적인 도전도 만만치 않다. 1,2차 석유위기를 겪었던 세계각국은 그동안 대체에너지개발 및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힘써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원유값이 어느 수준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그 노력은 한층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OPEC는 오는 9월14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를 앞두고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등 남미 아프리카지역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OPEC개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세대를 어떻게 마감하고 어떤 전략으로 다음 세대를 맞을지 바야흐로 세계의 관심이 다시 OPEC에 집중되고 있다.〈이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