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생활풍습,이념의 장벽을 넘어서 젊은이들이 힘과 기량을 겨루고 우정을 다지는 스포츠는 국제사회에서 화해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대결상황의 국가나 민족들은 스포츠교류로서 서먹했던 적대감정을 먼저 순화시킨 후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상례다. 미중수교에 앞선 이른바 핑퐁외교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수순을 분단국에 적용하면 스포츠는 분단극복의 선도역할을 할 수 있다.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함께 분단 45년 만에 통일작업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고 있는 동서독은 7월1일의 단일통화제를 통한 경제사회통합,2월의 총선을 통한 정치통합에 이어 스포츠통합의 일정을 제일 뒤로 미루어 수순을 역으로 밟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동서독 축구협회는 내년 여름 시작되는 91∼92시즌부터 축구리그를 통합하기로 합의했는데 동서독 축구의 통합은 서독의 18개팀이 출전하고 있는 분데스리가 1부에 동독리그 1∼2위팀을 추가하여 팀수를 20팀으로 늘리고 2부리그에는 동독팀 6개팀을 추가시켜 팀수를 24개로 확장하는 것이어서 축구도 동독이 서독분데스리가에 완전히 흡수되는 형식이다. ◆이와함께 동독은 현재 진행중인 유럽컵축구대회,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럽지역 예선서 기권하고 11월 라이프치히서 열릴 예정인 유럽컵축구 예선의 동서독 대결을 공식전 아닌 통일자축 친선경기로 대체키로 했다는 것이다. 분데스리가의 확장으로 시작되는 동서독 스포츠통합은 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통일독일팀 참가로 대단원을 맺게 된다. 동서독 단일팀은 56년 멜버른올림픽,60년 로마올림픽,64년 동경올림픽에 참가했었다. ◆그러나 독일통일 작업의 피리어드가 될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통일독일팀은 분단상황서의 동서독 단일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데 바르셀로나서는 통일독일팀이 미소 두 초강대국을 따돌리고 메달순위 1위에 오를 가능성 또한 높다. 분단해소의 선도역인 스포츠를 통일의 마무리역으로 삼은 역수순으로도 완벽에 가까운 통일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의 상황을 보며 범민족대회 예비회담이나 북경아시아 경기대회 단일팀을 성사시키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 자괴심을 금할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