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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이 되레 오염가속(쓰레기전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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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이 되레 오염가속(쓰레기전쟁:1)

입력
199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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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00곳 중 위생처리 4곳 뿐/오수ㆍ악취ㆍ해충 온상으로 전락/그나마 대부분이 포화상태/새 부지도 주민반발등 벽에/말만 “매립장”… 실은 쓰레기동산/중소도시 실태/버리기 급급… 수원지 유역에도/“또 서너달 때우자”… 위생시설 전무/인근에 악취 진동하고/지하수ㆍ하천 독성오염쓰레기가 온 국토를 뒤덮어 간다. 대도시에나 해당되는 문제인 것 같던 쓰레기 처리난은 중소도시 농촌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져 있고 유원지ㆍ공원은 물론,심산유곡도 마음놓고 쉴곳이 없게됐다. 무계획한 환경정책과 좁은 국토ㆍ국민의 공덕심부족등 여러 요인이 겹쳐 아무데나 쌓여가는 쓰레기로 주거환경,식수ㆍ토양이 극도로 오염돼 가고 있다. 한국일보는 획기적인 정부대책과 국민적 캠페인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의 심각한 쓰레기전쟁 현장을 심층 취재 했다.

전국의 도시나 농촌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이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전국 6백여군데 매립장중 위생처리 수준을 인정해 줄만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 거의가 말만 매립장이지 사실은 그저 내다버리는 투기장소다.

쓰레기더미에서 흘러나오는 유독성 침출수가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쓰레기가 썩으면서 언제 가스가 터져나와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는 곳도 적지않다.

악취와 파리떼는 말할 것도 없다. 쓰레기 매립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비위생적 처리를 부채질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매립장난은 더 심하다. 개인땅은 지주가 내주질 않고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면 인근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다. 나머지 지역은 그린벨트로 묶여 쓸 수가 없다.

간신히 구한 매립장은 야산의 계곡이나 저습지등이 대부분이다. 겨우 몇달,길어야 1년쯤 쓰면 끝이다.

그러니 침출수등을 제대로 처리하는 위생매립장은 꿈도 못꾼다.

89년말 현재 전국의 시ㆍ군이 운영하는 쓰레기 매립장은 모두 6백여개. 총면적은 3백만평가량 된다. 여기에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쓰레기는 7만8천톤 가량. 4톤트럭으로 매일 2만대씩 쓰레기를 실어다 묻는다.

6백여곳 매립장중 위생매립장은 부산ㆍ대구ㆍ인천ㆍ안산 등 단 4곳 뿐이다. 위생매립장이란 바닥에 고밀도 폴리에틸렌등을 깔아 침출수의 지하유입을 막고 이를 오수장화 시설로 빼내 처리하며 가스포집관을 설치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또 날마다 매립후 흙을 덮고 소독을 실시해 악취와 해충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 4곳을 제외한 나머지 매립장은 그러한 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지난해 8월부터 환경처가 5백54개 시ㆍ군 매립장을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4곳을 제외한 5백50곳이 부적정하게 처리하고 있어 26곳은 사용을 중지시키고 5백24곳은 개선명령을 내렸다. 환경처는 올해에도 지난 5월부터 다시 점검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오염방지는 엄두도 못내고 복토와 소독이라도 제대로 하게해 침출수와 악취ㆍ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국의 매립장은 그나마 매립이 끝나가기 때문에 새 장소를 구하는 게 큰일이다.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1년정도. 새 매립장을 구하지 못하면 쓰레기 수거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매립지난을 해결한 시ㆍ군은 몇곳 안된다. 내년부터 김포 해안매립지를 이용하게 되는 서울ㆍ인천과 경기도내 18개 시ㆍ군,단독매립지를 확보한 대구ㆍ광주ㆍ대전시,광역매립장을 확보한 마산시와 의정부 정도이다. 이들 매립장은 위생처리를 하는데다 앞으로 10∼25년간 사용이 가능하므로 한시름 던 셈이다.

그러나 중소도시의 실정은 심각하다. 내년 하반기부터 김포 해안매립지를 이용하게 될 경기도내 성남시와 하남시는 임시매립장을 구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성남시는 올해 12월,하남시는 10월이면 현재의 매립장이 다 차는데 아직도 새 매립지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올해초부터 후보지를 물색하러 다녔으나 아직도 못구해 걱정이 태산같다』고 하소연했다. 하남시측도 『지난해 1월 광주군에서 떨어져 나온 뒤로는 매립장 구하기가 더 힘들다』며 『지금까지 사용한 임시매립장도 길어야 6개월 정도밖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위생처리 시설등은 꿈도 못줄 형편』이라고 실토했다.<19면에 계속>

<1면서 계속> 경기 성남시의 쓰레기 매립장에는 청소차가 2∼3분간격으로 쉴새없이 들어와 쓰레기를 쏟아붓는다. 줄잡아 하루 2백70대가 매일 9백50톤 가량의 쓰레기를 몰아온다.

중원구 하산운동 남서울컨트리클럽 뒤쪽 1만여평의 계곡에 지금까지 쌓인 쓰레기더미는 30∼50m에 달한다. 푸르른 야산사이에 잿빛 쓰레기동산이 솟아오르고 있다.

골프장 소유의 계곡을 간신히 빌려 지난해 12월27일부터 쓰고있는데 올해말이면 사용이 끝나 복토를 해 소유주에게 땅을 되돌려 주기로 되어있다.

현장의 담당공무원들은 이틀마다 소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악취와 파리떼는 다른 매립장에 비해선 좀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독성의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장마때 내린 비가 쓰레기더미를 거쳐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먹을 풀어놓은 듯 시커먼 빛을 띠고 있었다.

그위로 하얀거품이 수백m의 계곡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침출수는 인근의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다시 탄천에 흘러들어 결국 한강까지 오염시키고 마는 것이다.

매립장 어귀의 판교농원관리인 강동수씨(31)는 『이곳은 지하수가 좋아 동네주민들이 물을 얻으러 많이 왔는데 요즘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지하수와 하천의 오염을 크게 우려했다.

경기 하남시 광암동의 매립장은 1천5백만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수원지에서 불과 1백여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남시는 서울시와의 경계선에서 5백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 2천여평의 논을 확보해 지난 5일부터 매립장으로 쓰는 중이다.

이곳도 길쪽으로 간이울타리만 쳐놓은 채 매일 시내에서 나오는 1백50톤의 쓰레기를 실어다 방기하는 식이었다. 악취와 파리떼,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대정 대덕구 와동144 논에도 쓰레기더미가 쌓여있었다. 5백여평쯤 되는 웅덩이에는 장마때 내린 비로 흙탕물이 그득했고 그위로 비닐부 등에 쌓인 쓰레기더미가 불결한 몰골을 드러내며 썩고 있었다. 악취가 5백여m쯤 떨어진 곳까지 풍겨나오고 가까이 다가가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이곳은 대전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2개의 매립장중 하나이다. 침출수가 맞붙은 논으로 흘러들어가 농수와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오염방지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매립장의 면적은 3천4백여평. 박문근씨(50)등 4명의 논밭을 임대해 지난 6월부터 8월가지 사용할 임시매립장이다. 이곳에는 대전시내 5개구에서 매일 나오는 1천6백여톤의 쓰레기중 1천톤이 매립된다.

대전시는 직할시 승격이후 7∼8개 매립장을 전전하며 임시방편으로 쓰레기를 매립해왔다.

더이상 시단위의 매립장을 구하지 못하자 시는 지난 5월27일 구청별로 임시매립장을 확보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와동매립장이 생겨났다.

시도 아닌 구단위로 매립장을 운영하는 데다 서너달 임시로 쓸 매립장이기 때문에 환경오염방지 시설은 아예 없다.

경기 용인군 모현면 왕산리의 쓰레기 매립장도 국도변 논의 한 모퉁이에 임시로 만든 것. 5백여평 가량의 매립장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있다.

경부 구미시 양포동일대 4개 마을 2백여 가구 주민들도 마을어귀 일반 쓰레기매립장과 (주)금호환경의 산업쓰레기 매립장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침출수는 마을 진입로옆 저지대에 괴어 커다란 연못을 이루고 있고 악취때문에 주민들은 폭염속에서도 제대로 방문을 열어놓지 못한다.

또 쓰레기에서 나오는 오수는 마을앞 옥계천을 따라 3㎞밖 낙동강까지 흘러들어 구미시 상수원을 오염시킨다. 장기적으로 사용할 곳을 구하지 못하고 임시로 사용하는 중소도시의 매립장은 바로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원인성ㆍ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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