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한가할 듯한 시ㆍ도 교육위원회가 오히려 더 바빠진 모양이다. 과외수업 열기를 식히랴,무분별한 학생 해외여행을 억제하랴 진땀을 흘린다는 소식이다. 서울시 교위는 밖에 나가 물의를 빚는 학생여행자가 생기면 학교에 응분의 조치를 내리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다 보니 별난 걱정까지 하게되었다. ◆몇해 전만해도 해외에서 한국인은 개미군단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부지런하게 일하고 세계시장을 무섭게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개미군단이 갑자기 베짱이군단으로 돌변한 것 같다. 해외시장을 상대로 뛰는게 아니라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쓰는 관광군단이 되어 세계가 좁다고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는 우리나라 사람은 1인당 2천달러이상을 쓰는 데 비해,국내로 오는 외국 관광객은 더욱 짜서 그 절반도 안쓴다. 그래서 관광수지도 슬슬 적자로 돌아간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초중고생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알프스니 몽블랑이니 하는 명소로 스키 연수까지 떠난다. 한사람 평균 4백만∼5백만원 드는 호화여행이다. 그밖에 문화탐방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소년ㆍ소녀들도 얼마든지 있다. 부럽기는 커녕 역겹다. 이쯤되니 교육위가 진땀을 뺄만도 하다. ◆「가장 귀여운 자식은 여행을 시키라」는 말은 널리 알려진 인도의 격언이다. 참뜻은 비싼 돈 드려 스키여행이나 보내라는게 아님은 물론이다. 사랑할수록 고생을 시켜 장차 세파를 이겨나갈 힘을 길러주라는 충고인 것이다. 초중고생이면 최소의 경비로 국내에도 보낼만한 곳이 얼마든지 있다. ◆철부지 해외여행은 교위나 학교가 골치를 썩을 일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학창시절의 여행은 교육목적이 뚜렷해야 뜻이깊다. 철도 들기전에 간덩이만 부풀려 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모들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식을 진심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그것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