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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할 수 있었던 일/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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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할 수 있었던 일/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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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장일꾼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한국사람들이 잘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세계 제1의 부자나라인 일본의 근로자들은 일벌레처럼 일하고 있으며 첨단장비가 들어찬 연구소에서는 회사마다 수백명의 고급기술자들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삼성의 전자계열사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했던 일본인들이 제언형식으로 삼성 경영진들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솔직하게 뼈아픈 충고를 해주자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지만 그 내용은 비웃음과 조소에 가득찬 것이어서 읽을수록 수치스러운 생각이 드는 보고서다.『삼성의 경영자들은 세상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따라가자면 선발의 몇배나 더힘이 든다. 선발업체는 이미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뛰어가는데 후발업체가 일도 더 열심히 안하고 연구도 게을리 한다면 무슨 수로 선발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이대로 그냥 지나가게 되면 영원히 일본을 따라가기 어렵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삼성전자는 설땅이 없어지게 된다. 지금 같이 어중간한 상태를 계속하려면 차라리 지금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본이 세계 제1의 부자나라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금도 일벌레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간단명료한 이유 때문이란다.

자신과 회사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오늘의 일본이 처음부터 기술이 있었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아는 일.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기술을 배워 그것을 응용해 자기기술을 만드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세계의 전자시장을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같은 동양인으로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을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고 삼성에서 못할 까닭이 있느냐』 그런데 일본의 식자층들은 같은 동양인으로서 일본이 할 수 있었던 것을 한국은 못할 걸로 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정부와 재계에는 한국에 대한 두개의 엇갈린 시각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 기술을 주면 안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을 주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기술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은 부메랑효과를 우려하는 것이고 주어도 괜찮다는 시각은 기술을 줘도 영원히 못따라오니까 부메랑효과를 걱정할 것 없이 그냥 기술을 줘도 문제없다는 시각이다. 요즘 일본의 주류는 후자의 시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최고의 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이 『지금같은 상태로 계속하려면 차라리 지금 포기하는게 좋다』는 충고를 받을 정도니까 일본이 무슨 걱정할 일이 있겠는가. 문제는 수모에 가까운 뼈아픈 충고를 받고도 이렇다할 반성의 빛이나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1백년의 한스러운 세월을 보내고도 아직 반성을 못하는 나라니까 삼성 앞으로 보낸 한국인에 대한 어느 일본인의 뼈아픈 충고쯤은 얘깃거리도 못된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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