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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북답/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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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북답/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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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처럼 판문점이 바빴던 일이 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20일 노태우대통령의 남ㆍ북 「대교류선언」이 있은 뒤 1주일사이에 벌어졌던 남ㆍ북간의 제안과 역제안,거부와 합의,번복과 반전의 연속은,보기에 어지러웠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것은 한반도 오늘의 한 축도일 것도 같다. 남ㆍ북이 제가끔 세계적인 화해와 변혁 기운에 적응하려 하고 있으나,양쪽이 제가끔 그린 구도는 도시 이가 맞지를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휴전 37주년(27일)을 맞은 남ㆍ북은 「냉전의 고도」로 남을 수 밖에 없다.지난 한 주간의 모양새는,한마디로 동문서답아닌 남문북답,북문남답이다. 이 형세를 영국의 가디언지는 「선전전으로 타락」한 것이라 꼬집고 있다 (24일자 한국일보 2면). 멀리서나마 옳게 본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소용돌이를 정리하며,국내 신문들은 기대와 실망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곡절이야 어떠했든 5년만에 북쪽 사람이 서울에 온다는 것,남ㆍ북이 다시 만난다는 것,그것만 해도 대견하다 했더니,그나마 성사가 안되더라는 뜻일게다.

그러나 지내놓고 생각해 보면,이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를 잠시 잊게 했던 「혹시나…」와 「역시나…」는 아무래도 우리 판단이 성급했던 탓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섣부른 기대가 부질없는 실망을 부른 꼴인 것이다.

지난 두어달동안,북은 김일성이 주석으로 다시 뽑힌 뒤의 시정 연설에서 밝힌 이른바 「통일5원칙」을 내세운 평화통일 공세에 몰두해 왔다. 5월31일자로 나온 「북남회담 북측대표단」의 공동성명과,같은 날짜의 11개항 군축제안을 시작으로 하여,6월2∼3일 독일베를린에서 있은 범민족대회 제1차 실무회담을 봤듯,6월3일자로 「공화국 북반부 제정당ㆍ사회연합회의」의 「남조선과 해외의정당ㆍ단체들과 동포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이 발표되고,7월4일 7ㆍ4공동성명 18돌에는 「정부ㆍ정당ㆍ단체대표연석회의」의 공동성명,그 다음날에는 판문점의 개방을 선언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성명」이 나온다. 6ㆍ25 40주년을 맞은 반미투쟁월간의 대대적인 정치선전캠페인을 수반한 이들 성명과 담화문은 평화통일 대남공세의 의도를 솔직할 만큼 잘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기조는 역시 김일성이 제시한 5원칙중의 「전민족적인 통일전선의 형성」이며 통일논의의 공개와 정당ㆍ사회단체협상ㆍ제의,그리고 남의 콘크리트 장벽 철거와 보안법폐지등의 전시조건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이들중 가장 포괄적이라고 할 7월4일 성명에서 보면,남북간의 당국대화도 하고 민간대화도 해야 하나,「통일대화의 가장 권위있는 형식인 당국과 정당ㆍ사회단체 대표들의 민족적통일협상회의를 시급히 소집」하자는 것이다.

또 북ㆍ남최고위급회담 (남북정상회담)에 의의를 부여하나,고위급 정치군사회담(총리회담)에서 그 길을 터야 하며,남쪽으로서는 ①7ㆍ4공동성명의 재확인 ②「2개의 조선」정책 포기 ③팀스피리트 훈련의 중지 ④국가보안법 폐지 ⑤문익환목사등의 석방 등 「초보적인 태도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투에 비추어 본다면,우리쪽 「대교류선언」에 대응이 어떨 것이란 것은 짐작이 가고 남는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의 범민족대회가 저들의 평화통일공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 것 같다.

이들 북측 성명등에서 드러나는 것은,북의 대화전로에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 첫째는 이념을 앞세운 고자세다. 저들 성명에 「북ㆍ남최고위급회담」을 베푸는 듯이 언급한 것이 그 나타남이다. 다음은 국제적인 포위전선이다. 저들은 대화를 내세울 때마다 외교노력과 대외선전을 강화해 왔다. 요즘의 대일접근이 그런 것이지만,지금은 워낙 고립상태라서,해외동포에게 얹히려는 듯이 보인다. 셋째는 대화를 빙자해서 우리 쪽의 내부모순을 격화시키는 이른바 교란전술이다. 요즘 우리 정국이 그런 생각을 새롭게 하는 꼬투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생각할 것은,북에서 「대민족회의」투의 협상을 제기하거나,이쪽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전시를 붙이는 것은 대화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통한다는 점이다. 타협이 불가능한 기본원칙을 대화테이블에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의 지금 태도는 처음부터 「남답」을 알면서 「북문」을 계기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는 지금 북이 펴고 있는 평화통일ㆍ대남공세는 공세라기 보다는 수세적인 것에 가깝다. 범민족대회도 「1회용」이지,이를 계기로 대화가 크게 진전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우리쪽 「대교류선언」의 적극성이 돋보인다. 범민족대회에 대한 대응도 일단 유연했던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쪽 역시 애당초 남문북답의 수순을 좇은 것이라면,문제는 다르다. 범민족대회에 대한 대응역시 「기술」에 치우친 듯한 흠이 없지 않아 보인다. 북의 공세를 기술적으로는 잘 다뤘다고 할지 몰라도 여기에서 파생된 영향이 너무나 큰 것이다. 국민들에게 공연한 기대를 품게한 것,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의심하게 한 것 정부가 대북관계를 너무 서둘러 카드를 남발한다는 인상을 준 것 등이 그 중 큰 것이다. 더구나 이런 의구심은 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하는 측에서 더 큰 것이었음을 생각해야 할 줄 안다. 이번 소용돌이 속에서 기대를 품은 사람보다는 어리둥절하거나 불안을 느낀 사람이 더 많았으리란 것이다.

범민족대회는 준비기간이 아직 남았고,그 뒤에는 남ㆍ북총리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통하여,정부의 대북정책은,한쪽의 불신을 씻고,다른 한쪽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과제의 해답은 남문북답 북문남답보다는 차라리 기다림에서 찾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상임고문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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