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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잘되길 바랐는데…”/범민족대회 예비회담 무산

입력
199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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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실망ㆍ안타까움/연도의 실향민들 아쉬운 발길/“우리 언제 독일처럼되나”허탈5년만에 북한손님이 온다던 26일 국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판문점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채 「8ㆍ15범민족대회 2차실무회담」의 성사여부를 궁금해 하다가 끝내 회담이 무산되자 실망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회담의 의미가 확대돼 얼떨떨한 가운데서도 기대를 보냈으나 회담장ㆍ숙소문제로 인한 실랑이가 해결되지않자 남북접촉과정의 고질병에 또다시 좌절감을 느꼈다.

특히 실향민들은 남북교류에서 항상 걸림돌이 돼온 사소한형식과 절차상의 문제가 또 장애가 되자 『언제나 우리는 독일처럼 되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이날 북한대표단의 통과예정치인 서울 은평구 불광동,서대문로터리,마포로터리 등 연도에서는 실향민인듯한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하오2시께 불광동 동명여고앞길에서 북한대표단이 오기를 기다리던 흥남출신의 한모씨(70ㆍ서울 용산구 한남동)는 『북한사람들이 온다해서 동네친구들과 함께 나왔으나 또 그모양』이라며 아쉬운발길을 돌렸다.

상오11시40분께 당초의 회담예정장소였던 아카데미하우스에 찾아온 이산가족 허문자할머니(72ㆍ서울 도봉구 창3동 544의65)는 대회추진본부 안내원들에게 『북한사람들을 만나볼 수 없겠느냐』고 묻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알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해방될무렵 신의주에서 남편과 둘이서만 월남한 허할머니는 『시어머니는 벌써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되뇌며 오지 않는 대표단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이날부터 이곳에서 세미나를 열기로 한 계획에따라 투숙한 한국콘크리트 제품진동협의회의 회원 김유준씨(31ㆍ경기 연천군 전곡읍)는 『장소문제가 발단이 돼 회담이 깨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손님을 맞는 우리측도 사전에 충분히 의견조정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회원 권태선씨(31ㆍ경기 포천군 포천읍)는 『걸어서라도 고향 황해도에 가고 싶다』고 말해온 아버지(66)가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고 소개하면서 『또 실망하실것이 분명해 민망하다』고 말했다.

25일 밤늦게 회담장선정통보를 받고 3백여명이 밤새워 손님맞이 준비를 마친 인터콘티넬탈호텔 직원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 객실부의 한간부는 『우리 호텔에서 남북회담이 열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다』며 『회담관련자들이 회담성사를위한 노력보다 대외적선전만 중시한 것같다』고 비꼬았다.

호텔측은 다른 예약손님들의 양해를 얻어 북한대표단 객실을 15개 확보했다가 신용만잃게돼 낭패한 표정이었다.

이북5도민 중앙협의회 소속 실향민이라고 밝힌 50여명은 하오2시30분께 인터큰티넨탈호텔 정문앞에 몰려와 「남북교류 보장하여 통일기틀 이룩하자」 등 피켓 10여개를 들고 서성거리다 북한대표단이 오지않자 실망한 표정으로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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