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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족대회 북 대표 입경 무산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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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족대회 북 대표 입경 무산되던 날

입력
199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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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혈전… 남북 7차례 접촉 “허사”/북,처음엔 “좋다”… 2차부터 돌연 번복/장소변경 정부ㆍ재야도 한때 대립… 실랑이 끝 합의/북 기자들,대표단 지각에 당황 “평양 폭우탓” 설명/48년 남북 협상참가 신창균씨 “감회컸는데…” 실망○상호입장만 전달그쳐

▷판문점 접촉◁

○…26일의 범민족대회 2차 예비실무 협상은 북한측이 회담장소와 관련한 우리 정부와의 당초 약속을 깨고 전민련이 결정한 장소를 회담장으로 고집하는 바람에 6차례에 걸친 연락관 접촉과 1차례에 걸친 전화접촉에도 불구,북한대표들이 판문각으로 돌아감으로써 무산.

○…이날 상오 7시30분부터 50분동안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에서 북측 대표단 방문을 위한 1차 연락관 접촉은 북측이 『숙소문제등에 관해 전민련과 합의를 했느냐』고 관심을 표시.

이에대해 우리측은 『북측 준비위원회 윤기복위원장이 우리측 강영훈총리에게 신변안전과 편의제공을 요청했다』고 상기시킨 뒤 『우리측이 최선을 다하기 위해 숙소와 차량ㆍ통신 등 모든 준비를 갖추었으니 관례대로 따라달라』고 설명하자 북측은 일단 『좋다』고 양해.

○…상오 11시30분에 속개된 2차 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은 쌍방 총리간의 합의와 1차 접촉에서의 합의를 뒤엎고 돌연 우리측 정부의 안내를 따르지 않고 전민련의 안내를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

○…낮 12시25분께 북측 지역에서 양측 연락관은 3차 접촉을 가졌으나 쌍방은 10여분동안 상호입장만을 전달하면서 논란을 계속.

○…낮 12시50분 판문각앞에서 가진 4차 접촉에서 우리측은 전민련 대표들의 군사분계선상 영접과 전민련측 인사의 차량동승문제를 수용했으나 북측은 숙소ㆍ회담장 등의 문제를 전민련 안내에 따르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10분 만에 결렬.

북측은 4차 접촉을 끝내면서 우리측에 『입장변화가 있으면 전화로 연락해 달라』면서 자리에서 퇴장.

이어 남북 고위급회담 제8차 예비회담의 수석대표인 송한호통일원차관은 우리측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정부의 안내를 따르지 않고 전민련의 안내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북측 대표단이 입경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분석.

이에 앞서 북측은 4차 접촉에서 우리측에 사진이 부착된 북한대표단의 명단을 넘겨주었으나 다음 연락관 접촉에 대해선 약속을 하지 않은 채 전화로 연락하겠다고만 언급.

○“숙소등 정부에 일임”

○…하오 2시께 속개된 5차 접촉에서 북측은 전민련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판문점 통과를 거듭 거부.

전민련은 이 시각에 김희택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정부측에 숙소ㆍ회담장소ㆍ차량 등을 모두 일임하겠다』고 발표.

그러나 북측은 숙소는 반드시 아카데미하우스로 해야 하며 차량에 정부측인사가 동승해선 안된다고 또다시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퇴장.

○…우리측은 이날 하오 4시께 전화접촉을 통해 북측의 의사를 확인했으나 북측은 『전민련이 직접 안내하고 숙소도 전민련이 정한 곳이 아니면 갈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힌 채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대표단 파견을 거부.

우리측은 『의견조정을 위해 직통전화 사용시간을 평소보다 한시간 연장,하오 5시까지 사용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은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

우리측은 『통화가 끊어진 후 재차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한측의 응답이 없었다』면서 『북한측이 대표단 파견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

○“4백㎜넘게 비왔다”

▷판문점 주변◁

○…이날 상오 9시 판문점에 도착,남쪽으로 넘어 올 예정이던 범민족대회 서울 예비회담 북측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자 북한측 기자들도 은근히 당황해 하는 모습.

『북측 대표단이 왜 나오지 않았느냐』는 우리측 기자들의 질문에 북측 기자들은 『짙은 안개로 헬기가 뜨지 못해 자동차로 출발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출발시각,판문점도착 예정시각 등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눈치.

북측의 한 기자는 『지난 며칠간 평양을 중심으로 4백2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린데다 오늘 마침 날씨가 개면서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헬기가 뜰 수 없었다』고 설명. 이에대해 우리측 기자가 『오늘 아침 평양주변 일기상태는 헬기이착륙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하자 이 소리를 들은 북측의 한 기자는 『저사람,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슨 핑계를 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하며 벌컥 화를 내기도.

○…이날 상오 9시 판문점에 도착한 강희남 김희선 이해학씨 등 전민련측 영접위원들은 「평화의 집」에서 양측이 연락관 실무접촉결과를 기다리며 정부관계자들과 임진각 환영행사문제에 대한 협의를 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진통.

강희남 전민련고문등 영접위원 3명은 북한측 대표단의 예비회담 참가가 무산되자 하오 6시께 정부가 제공하는 승용차를 타지 않겠다며 걸어서 임진각으로 출발.

그러나 이들은 비무장지대내에서는 도보로 통행할 수 없다는 유엔사소속 군인들의 제지를 받고는 판문점 남쪽초소앞에 주저앉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등의 노래를 부르며 전민련의 차량을 보내줄 것을 요구.

○전민련,정부비난 청명

▷임진각◁

○…범민족대회추진본부는 하오 8시30분께 임진각에서 「판문점을 떠나는 범민족대회추진본부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정부의 부당한 개입을 비난.

추진본부는 성명에서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도 회담의 성사를 소망하는 온겨레의 염원을 감안,하오 3시 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당국은 남북한 대표의 동승이동은 안된다는 터무니 없는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

추진본부 김희택대변인은 성명발표후 논평을 통해 『하오 3시30분께 정부측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결정을 통일원에 통보했으나 북측 대표들이 판문점을 떠난 하오 4시께까지 이같은 내용이 북측에 정확히 전달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판문점에 들어간 북측 대표 영접요원 3명을 기다리며 농성하던 대학생 60여명은 하오 9시30분께 버스편으로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로 귀환.

○…영접대표 3인이 이날 밤 11시께까지 귀환하지 않자 망배단입구에서 기다리던 조성우ㆍ이창복씨 등 6명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는 하오 8시이후 민간인의 통행이 금지된다는 데 걱정』이라며 『그러나 통일원측에 이들의 무사귀환요청은 하지 않겠으며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상오 임시추진본부 관계자들은 미리 나와있던 정부측 대표와 회담장소문제를 놓고 1시간 가량 심한 의견대립. 이 때문에 예정보다 40여분 늦은 8시45분께야 임시본부측의 김희선서울민협의장 강희남전민련고문 이해학집행위원장 등 영접요원 3명과 정부측 대표인 구본태통일원 남북대화조정관등 4명이 서울 1나 9918호 회색로얄승용차와 서울 1무3240호 검은색 로얄승용차에 분승,공동경비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앞서 임시추진본부관계자를 태운 차가 도착하자 구조정관은 평화연구소장 조성우씨와 이해학씨와 함께 임진각 3층 특실에서 회담장소문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 정부측이 『남북총리간의 합의에 따라 신변안전보장등을 고려,호텔을 회의장으로 정했으니 정부측 입장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한 데 대해 추진본부측은 『주관단체인 임시추진본부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회담장소를 바꾼 것은 정부가 지원만 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고성이 오다가 10분 만에 결렬.

구조정관이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빨리 출발할 것을 독촉하자 추진본부 집행부는 임진각 맞은편 망배단에서 즉석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

그러나 이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다가 1시간여 만에 일단 영접으로 낙착.

○당국 제공차량 거부

▷해외대표 입경◁

○…범민족대회 2차 실무회담 해외추진본부 대표단장 은호기씨(51ㆍ북미주지역추진본부공동의장)등 6명은 26일 낮 12시10분 JAL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이날 입국한 대표단은 노길남(46ㆍ북미주추진본부간사ㆍ한민족연구회 회장) 양동민(53ㆍ일본지역추진본부간사ㆍ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부의장) 강종헌(39ㆍ〃추진위원ㆍ한국문제연구소 소장) 김정부(31ㆍ〃실무위원ㆍ한민통사무차장) 이종현씨(54ㆍ유럽지역추진본부 실무대표ㆍ재구주민족민주운동협의회 의장) 등이다.

○…해외동포대표단이 도착한 김포공항에는 은호기단장의 친누나 은숙자씨(52ㆍ서울 마포구 망원동)와 남동생 우기씨(48ㆍ사업) 조카딸 효숙씨(26ㆍ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가 마중나와 20년 만에 얼싸안고 상봉의 기쁨을 나누기도.

공항에서는 정부당국이 해외대표단용으로 로얄승용차 6대를 준비하고 탑승할 것을 권했으나 전민련측과 대표단은 이를 거부하고 대형관광버스에 환영인사들과 함께 타고 아카데미하우스로 직행.

○대학생 백여명 몰려

▷환영단◁

○…환영단의 출발집결지인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앞에는 이날 상오 5시30분께부터 임시추진본부 관계자들과 백기완 계훈제씨 지선스님 박형규목사 등 재야인사와 전대협소속 대학생등 1백여명이 몰려들어 다소 들뜬 분위기.

환영단은 상오 6시10분께 출발식을 마친 뒤 전세버스 2대와 승용차 5대편에 나눠 타고 예정보다 30분 늦은 상오 6시30분께 판문점으로 향발.

○…환영단에는 48년 남북 협상당시 김구선생과 함께 남측대표로 참석했던 신창균씨(82ㆍ전민련공동의장)가 일원으로 참가.

신씨는 『감회가 새롭다』며 『48년의 상황은 분단이 이미 시작된 때였으나 현재 상황은 온 국민의 통일의지와 열망이 무르익어 정부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통일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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