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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도 정치화/김철훈 체육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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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도 정치화/김철훈 체육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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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북경 팰리스타워호텔에서 가진 제1회 다인너스티컵축구대회 참가 4개국 단장ㆍ감독회견에서 북한단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발언을 늘어놓아 내외신 기자들을 어처구니없게 만들었다.이한복북한단장은 회견에 앞서 한국의 오완건단장과 서로 안부를 묻는등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회견이 시작되고 서울ㆍ평양간의 축구교류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통일문제에 대한 열변을 토했다.

『다음달이라도 열릴 수 있는 남조선과의 경ㆍ평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남조선의 무성의 때문』 『세계적으로 통일기세가 휩쓸고 있는 판에 우린들 왜 남조선과 축구교류를 거부하겠느냐』 『모든 것이 통일이 되면 해결될 문제인데 남조선은 통일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남조선이 주장한 일련의 자유교류제안은 국가보안법 철폐 콘크리트ㆍ철조망의 제거가 전제되지 않고 허울좋게 명분적으로만 제시된 것』등의 내용을 15분간 늘어놓으며 한국 기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스포츠 분야에 대해서만은 지나칠 만큼 정치성 있는 의견교환을 회피해왔는데 갑자기 정치문제를 강조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20분도 안돼서 이한복단장은 또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번 대회의 북한 경기가 TV로 직접 중계되느냐』는 질문에 이단장은 『우리는 축구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수 없다』고 대답한 것.

좀더 남북문제에 대해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사자후를 토하던 때와는 판이한 답변이 나오자 좌중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고 한 외국기자는 『저 말은 북한이 곤란할 때마다 사용하는 상투어인데 바로 전의 대답과는 순서가 바뀐 것 같다』고 농담삼아 코멘트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단장은 다시 한국임원및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하는등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행동을 취했지만 그간 체육분야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민족적인 화합분위기가 이단장의 정치적 발언으로 경색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때 한국기자들은 북한체육지도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가급적 곤란한 질문을 자제하는 조심성을 보였었는데….<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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