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빗장풀고 “적극접촉”전환/국제고립 탈피ㆍ경제지원 노려/후지산호 문제도 유연… 대화 「격하」에 일선 신중론도【동경=문창재특파원】 북한과 일본의 관계정상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이해당사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거의 세계 모든 나라와 국교를 맺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웃 북한과는 국교가 없음을 내심 아쉬워해온 일본은 최근 세계정세의 급변으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더욱 시급해지자 제1야당인 사회당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지난 20일부터 사회당 구보ㆍ와타루(구보선)부위원장을 단장으로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한 것도 적극적인 탐색노력의 일환이었다.
24일 하오 평양에서 돌아온 구보단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측이 가네마루ㆍ신(금환신) 전 부총리를 단장으로한 자민당대표단의 방북을 환영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발표하자 외무성당국자는 『가네마루씨의 북한방문때 외무성관계직원을 동행시키겠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또 언론매체들도 두나라 집권당간의 대화가 실현되게 된 사실을 관계정상화의 실마리로 해석,의미와 배경등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도이(토정) 사회당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김일성은 관계자를 통해 사의를 표명하고 적당한 시기에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할 뜻을 전했다고 구보단장은 덧붙였다.
이같은 상호방문이 실현된다면 일본의 자민당으로서는 처음이며,북한으로서는 77년 5월 현준극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 방일과 작년 1월의 노동당대표단 방일후 사상세번째가 되는 셈이어서 두나라간에는 화해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정부가 이번에 구보단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북한의 태도 가운데 가장 전향적인 조짐으로 보는 것은 ▲북한이 자민당단독대표단의 방북을 수락했다는 것 ▲북한이 스스로 후지산호사건 해결에 인도주의적 입장을 천명했다는 것 ▲양국간의 경제협력문제를 강조했다는 것 등이다.
일본 사회당과 정부ㆍ여당은 이같은 북한의 태도변화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의도의 표출이며 일본과의 관계개선 의향의시사로 판단,우선 집권정당간의 접촉을 성사시킨 뒤 정부간 접촉을 추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자민당대표단의 방문을 허용한 사실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측은 이번에 사회당 및 자민당이 별도의 대표단을 보내도 환영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간의 최대현안인 후지산호문제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인도주의적 입장을 강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83년 11월 남포항을 떠난 북한∼일본간 화물선 후지산호 편으로 민홍구하사가 일본에 밀항,정치적 망명을 요청하자 북한은 다시 남포에 입항한 이 배의 선장 등 일본인 승무원 5명을 간첩혐의로 체포,지금까지 석방하지 않고 있다.
북한측은 이 문제에 대한 양국간 협의가 있을 때마다 민하사와의 교환을 요청해왔는데,이번에는 전제조건없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태도를 표명한 것이다.
경제협력문제에 있어서도 최근 경제난에 크게 허덕이고 있는 북한은 이번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여서 일본정부도 이 발언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측은 이번 사회당대표단과의 접촉에서 일본의 통신위성 이용 문제와 두나라간 직항로 개설문제 등에 큰 관심을 표명하면서 경제 및 인적교류의 실질적인 조치와 일본측의 언행일치를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지난 봄 자민당ㆍ사회당과 대북한관계개선 대책을 논의하면서 통신위성이용과 직항로 개설을 제안했다.
관계정상화 조짐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는 소리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김일성이 사회당 대표단을 접견해 주지 않았으며 실무회담에도 지금까지 대일교섭의 책임자로 일했던 허담(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이 나오지 않고 노동당국제담당서기 김용순이 나왔다는 사실등을 들어 진심으로 관계개선 의향이 있는지 의심하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정부내에서도 『무조건 대화에 응할 용의는 있다. 양국간의 대좌는 국교정상화 교섭의 일환이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아직 두나라관계는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이 평가하듯 관계정상화를 향한 실마리가 마련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올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자민당대표단의 방북때는 동경∼평양간 직항로를 이용할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세계정세 및 한반도 주변정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두나라간 직항로편으로 집권당간의 교환방문이 성사된다면 관계정상화의 길이 지금까지의 북경우회로만큼은 단축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할 것 같다.
◇일ㆍ북한관계 일지
77.5 북한대표단 (현준극 단장)방일
83.10 미얀마랑군테러사건 발생
83.11 일정부,대북한제재조치ㆍ후지산(부사산)호사건 발생
85.1 일정부,대북한제재조치 철회
87.9 도이(토정)사회당위원장 방북
87.11 KAL기 폭파사건 발생
88.1 일,대북한제재조치
88.9 일,동조치해제
89.1 북한 노동당대표단 첫 방일
89.3 다케시타(죽하)일총리,북한과의 무조건대화제의
90.7 일 사회당 대표단 방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