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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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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빈민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테레사수녀는 미국 사람들이 「인도의 가난보다 더 큰 고독이라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음식을 주면 되지만,미국이나 유럽의 밀폐된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물질이 고독을 물리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노벨평화상을 탄 뒤 미국을 여행한 81년에 한 말이었다.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동과 청담동쪽으로 통하는 큰 길가 2백여m사이는 속칭 「로데오 거리」로 불리는 별천지라고 한다. 로데오 거리란 미국 할리우드의 패션가에서 따온 이름이다. 호화판 외제 옷가게와 미용실,카페들이 줄잇는 이 거리는 말하자면 벼락부자들의 허영을 먹고사는 거리다. 대개의 경우 단골손님을 회원으로 갖고있다 한다. ◆여자원피스 한벌에 3백만원,블라우스나 재킷이 하나에 1백50만원에 팔리고,소매없는 원피스에 2백30만원의 가격표가 붙은 것도 있다는 얘기다. 남자 양복한벌에 2백만원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제 자수 망사커튼은 50평 아파트기준으로 4백만원이라고 한다. 이 서울판 로데오 거리에 지난 월초 옷 밀수입자가 구속돼 찬바람이 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황금보기를 돌멩이 보듯하라』고 일러왔던 우리 사회에서는 원래 돈이 존경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자랑할 것이라곤 돈밖에 없다면 옷치장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전국에 점심을 굶는 국민학교 어린이가 1만명이나 된다지만,몇백만원짜리 옷이라도 걸쳐야 사람구실할 것같은 착각에 사는 사람들이다. 돈이 가난보다 더 큰 병을 가져온 예이다. ◆같은 일도 가난한 사람이 했다면 더 큰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술주정꾼을 살리고 자신은 목숨을 버린 가난한 철도건널목 관리원 주태진씨는 옷자랑밖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 비교한다면 「성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한국일보 24일자 23면보도). 당연히 그에게 응분의 영예와,유가족에게 상당한 물질적 뒷받침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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