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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병의 탄식/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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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병의 탄식/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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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 숨져간 자유투사들이여』6ㆍ25에 참전,산화한 벨기에 용사 1백9명의 영령을 기리기 위해 브뤼셀 근교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비」에는 이런 글귀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수많은 벨기에 국민들의 손길때문인지 손때가 진하게 묻어 있는 이 비문과 전사자 이름들은 24일 아침 강영훈국무총리의 방문으로 인해 그 손때의 무게를 한층 더하는 듯했다.

마르텐스 벨기에총리와의 회담,들로르 EC집행위원장과의 면담 등 바쁜 일정속에서 이곳을 찾은 강총리는 40년전 자신이 육군대령으로서 조국수호에 몸을 던졌던 기억이 떠올랐음인지 감개무량한 듯했고 그 느낌은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절실하게 와닿았다.

그러나 기념비앞에 선 강총리는 회고의 그림자에 채 젖기도 전에 애정어린 찬사와 걱정을 맞아야만 했다.

강총리의 도착 1시간전부터 2열종대로 도열,헌화와 기념사 그리고 사열이 진행되는 동안 미동도 보이지 않던 백발의 참전 용사들은 행사후 강총리 주위에 모여 「목숨걸고 싸운 나라」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당시 홍안의 소년으로 멋모르고 한국에 갔다가 전쟁이 그토로 참혹한 것인 줄 알게 됐다』

『그 페허에서 한국이 일어설 줄이야…. 경의를 표한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참전동기,벨기에 참전군의 잣골전투,한국의 경제발전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돋우었지만 지팡이를 짚은 한 노병의 『그토록 피흘렸건만 아직도 분단국이라니…』라는 탄식은 강총리는 물론 그 자리의 한국인 모두를 가슴저미게 했다.

변색한 카키색 군복과 도금이 벗겨진 한국훈장들이 벌써 전후 40년이 지났음을 웅변해주었고,노병의 탄식은 그 긴 세월동안 분단의 벽을 넘지못한 한국인들을 질책하는 듯했다.

강총리가 기념비를 떠나는 순간 호위차량의 요란한 사이렌과 참전용사들의 「한국 만세 벨기에 만세」라는 환호속에 묻혀버렸지만,비문옆에 서있던 한 미망인의 외침은 우리의 통일노력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 숨져간 자유투사들이여』<브뤼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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