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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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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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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대접을 받으려면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는 원숙한 경륜과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막된 젊은이 같은 욕심이나 저돌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흔히 망령이 들었다는 소리를 듣게된다. 반대로 작은 이기심보다는 역사적인 큰 일에 몸을 던지는 혜안과 난국을 풀어가는 지혜나 뱃심을 세월과 함께 두루 갖추기에 이른 사람을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나 원로라고 부른다. 그런 원로는 뭇사람들의 마음이나 역사속에 뚜렷한 자국도 남기게 마련이다. 개인적 욕심이나 일파나 지역의 이해차원을 벗어나는 도통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오늘의 우리 주변에서는 그런 원로나 어른을 찾아보기가 어렵기만 한다. 혼미의 정치판만 해도 더욱 그렇다. 30년전의 40대기수론은 그 주인공들이 70을 바라보는데도 여전히 끝없는 욕심으로 남아 자질구레한 망집에 여전히 빠져있는 듯하다. 그 대결을 다른 쪽에서는 즐기며 여전히 편승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 오늘의 정치부재나 정치염증도 아마 발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다간 국민들은 나이가 들며 원숙해 가는데 그 지도자들이라는 분들은 아마 나이들기가 두루 멈춘 모양이라는 가당찮은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참에 오늘날 독일통일을 사실상 성사시켜 세계적 정치거인으로 등장한 콜 서독총리의 면모가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끈다. 날카로운 식견이나 통찰력과는 거리가 먼 굼뜬 모습으로 「저능아」 소리마저 들었다는 그가 특유의 허허실실과 비단구렁이 같은 뚝심으로 독일국민의 통일열망을 낚아챈 것이다. 그가 만약 서독 우파의 당리당략에 집착했거나 지역이익에 사로잡힌 소인배였다면 통일의 기회를 날려보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모두 명분도 투쟁도 요란하지만 실상은 국민뜻과는 거꾸로 잇속들을 좇고 있는 듯한 오늘인데,지구 저쪽에선 저능아 조롱도 참으며 은인자중하다 역사를 낚아챈 기민한 뚱뚱보도 있는 것이다. 60을 갓넘긴 나이인데 정말 나이값을 다 해낸 콜총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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